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감시 강화한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삼중수소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권역별 현장지휘센터를 구축해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재난에도 신속히 대비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올해 추진할 다섯 가지 중점과제를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다섯 가지 중점과제는 원전 사고·재난 대응체계 강화, 원자력 규제체계 선진화,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촘촘한 방사선 감시체계 구축, 국민참여 확대 등이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은 “2011년 설립 이후 원안위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새해 국민 참여를 토대로 원자력 안전정책을 수립하고, 방사선에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도록 근로자 보호 제도를 강화하고, 국민이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도록 감시 강화와 규제체계 정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인접국 방사선 이상징후 탐지, 방사선 작업자 안전 강화
원안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 인접국의 방사선 이상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도록 해수의 삼중수소 조사지점을 32개로 확대하고 조사 빈도도 연간 4회로 늘리기로 했다. 김성규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그간 32개 지점 가운데 분석이 용이한 22개 지점을 분석해왔는데, 앞으로는 32개 지점 전체를 분석할 계획”이라며 “추가된 10개 지점은 남서해안 9개, 동해안 1개”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원안위를 포함해 외교부, 해수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왔다. 김 국장은 “원안위는 해수 방사성 물질 방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업해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모니터링을 더욱 촘촘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원안위는 환경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19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방사선 안전관리를 일괄 진행할 수 있도록 ‘(가칭)방사선방호 기본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원전 사고와 재난 대응 강화 차원에서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원전의 안전한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출력감발이나 원자로 사전 정지 등을 실행할 수 있는 비상운영방안도 마련한다. 미국과 대만은 태풍이 오기 전 원전의 출력감발이나 사전 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규모 원전 사고에 대비해 권역별 현장지휘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항공승무원 건강진단 등 보호를 강화하고, 원안위와 국토부로 이원화돼 있는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업무를 원안위로 일원화 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또 피폭 위험이 높은 투과검사 종사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즉시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발주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해 종사자 보호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방사선건강영향조사 대상도 퇴직자까지 포함해 19만 명에 이르는 전체 종사자로 확대할 방침이다.
원안위는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원자력안전협의회’를 법적 기구로 격상해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월성원전 민간조사단, 학회 추천 받아 구성 중”
이날 업무보고에서 원안위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과 관련한 조사 진행 상황도 공개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의 건강영향조사와 관련해 김 국장은 “개인 피폭 선량 추정치만으로는 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환경부가 올해부터 월성원전 주민의 건강 영향 조사를 시작한 만큼 관련 조사가 잘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원안위는 원전 인근 주민의 건강영향조사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원안위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을 조사할 민간조사단은 학회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들로 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규정에서는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누출돼 원전 부지 이외의 외부 환경으로 누설되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안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최근 월성원전의 삼중수소는 원전 부지 내에서 검출됐다.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삼중수소가 검출된 이유와 원인을 명확히 조사하고, 삼중수소 검출 농도를 낮출 방법은 없는지 연구나 규제 개선도 살펴볼 것”이라며 “민간조사단도 이런 목적으로 구성했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조사단의 활동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손 국장은 “조사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객관성을 확보해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월성원전의 감마 핵종 검출 여부에 대해 손 국장은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속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감마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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