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사 아직도 2만개? 사실은.."융자 갚아야 폐업 가능"

유승목 기자 2021. 1. 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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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도 여행사업체 수 전년 대비 636개 감소에 그쳐..여행업계 "폐업하고 싶어도 못해"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여행사 부스가 한산하다. /사진=뉴시스

2만1647개. 코로나19(COVID-19) 한파가 낳은 '여행 보릿고개' 속에서 생존신고 한 국내 여행사 수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전례 없는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여행길이 꽉 막히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많은 여행사들이 간판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셈이다.

숫자만 보면 국내 여행산업은 아직 건실해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폐업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사무실 불은 꺼지고 직원과 사장은 알바를 전전하는 '좀비'나 다름없는 여행사가 태반이다. 여행업계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실업대란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행사 2만개…'빚 좋은 개살구'
여행사 사무실이 코로나19에 따른 무급휴직으로 텅 빈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관광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등록된 국내 여행업체(일반·국내·국외여행업) 수는 총 2만1647개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636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국내 여행업계 피해 규모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도 의외로 폐업한 여행사가 적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국내여행업을 다루는 업체는 150여개 늘었다.

이를 두고 여행업계가 코로나19 내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빚 좋은 개살구'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여행업 특성 상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 고정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유·무급휴직으로 인력을 최소화한 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만 유지하고 있을 뿐 2만여개 여행사 중 영업활동을 하며 매출을 내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행업계는 1년 가까이 반강제적인 동면(겨울잠) 상태다. 2019년 3000만명에 육박하던 국민 해외여행객과 1850만명이 들어온 방한 외국인 여행객이 코로나19 사태로 80% 이상 급감하며 인·아웃바운드 축이 무너졌다.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의 지난해 송객 실적은 전년(290만명) 대비 91% 줄어든 24만여 명으로 평년 한 달치 실적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영업적자만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여행사들이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국내 여행업체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소·영세 여행사나 랜드사(현지 협력사) 사정은 더욱 악화일로다. 도심 상업지구나 주거지 인근, 대형마트에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간판을 달고 있는 대리점들은 수 개월째 문이 닫혀있는 상태다.
빚 져서 폐업 못하고 알바 전전
우리여행협동조합 소속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행업계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영자금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런데도 여행사 수가 2만 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여행사들이 폐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데 있다. 매출이 '제로(0)'로 곤두박질친 시점에서 여행사 상당수가 문체부 등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한 긴급융자를 받았는데, 이 경우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폐업을 할 수가 없다. 매출은 회복되지 않는데 고용지원금 10%와 4대보험, 임대료 등 비용만 나가고 있어 빚을 갚을 길도 막막하단 설명이다.

현재 중소·소규모 여행사 임직원들은 사무실 문을 닫고 대리운전·공공근로·택배·건설현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한 소규모 여행사 대표는 "유급휴직 중인 직원 임금과 각종 임대료 등 제반비용만 한 달에 500만원이 넘는다"며 "임대료도 6개월 가량 밀린 상황에서 쿠팡 플렉스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여행업계 실업대란 경고음도 커진다. 이미 자유투어, NHN여행박사 등이 오프라인 영업을 철수하고 직원 대다수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한 가운데 하나투어마저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하나투어는 '조직 효율화'를 추진키로 결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부서 별로 대상자가 상이하지만, 예상 퇴직 규모만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여행업 특별지원팀'을 가동하고 여행업 종사자의 전직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선 여행 생태계 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권병관 우리여행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적극 협력하며 모진 시간을 감내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엔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생계터전을 잃은 100만여 명의 여행업종사자와 가족들의 생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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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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