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류지현 "약속의 야구로 '꾀돌이 트윈스' 만든다" [테마인터뷰 ①]
[스포츠경향]
1990년대 프로야구는 별명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최고 인기구단 LG 트윈스 톱타자이던 류지현의 별명은 ‘꾀돌이’였다. 그 시절 입에 착착 달라붙던 ‘꾀돌이’이란 애칭이 LG 사령탑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이 50대로 접어든 그에게는 살짝 어색하다. 그러나 야구를 화두로 속 깊은 얘기라도 할라치면 류 감독은 그 당시의 ‘꾀돌이 버전’으로 돌아간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류 감독을 만나 올시즌 기대되는 ‘LG 야구의 세계’를 본격 예고편 삼아 들어봤다.
지금 LG 선수 중에 류지현을 꼭 닮은 꾀돌이는 없다. 류지현은 높은 출루율에 발 빠르고 수비도 좋은 3박자 선수였다. 타석에서든 누상에서든 또 유격수로서도 상대 배터리를 힘들게 하는 ‘피로 유발자’였다. 시애틀 매리너스 2년 연수 시절 한 언론사에 글을 쓸 때도 칼럼 이름이 등번호 6번에 센스가 결합된 ‘식스센스’일 정도였다.
■꾀돌이 트윈스
류 감독은 내심 2021년 트윈스를 활기 가득한 ‘꾀돌이 팀’이 돼가길 바라고 있다.
류 감독은 “사실 다른 건 가르칠 수 있지만, 센스는 기본적으로 타고 나는 게 커서 가르쳐서 쉽게 되는 성격의 것 아니다”며 “또 최근의 선수들이 타율이나 홈런, 타점처럼 센스가 직접 드러나는 게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팀 센스’를 위해 준비하는 건 약속된 플레이다. “약속된 플레이가 팀 안에서 자리를 잡으면 전체 게임 스타일에 큰 도움이 된다”며 “더불어 선수들 스스로 그런 부분에 시선을 두고 본인의 게임 여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면 그 중에서도 영리한 선수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센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던 것들이 최근에는 데이터로 대체되고 있다. 이를테면 25년 전 유격수 류지현이 타자의 성향을 기억으로 읽고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면, 현재 LG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전보다는 상대타자의 타구 방향을 사전에 데이터로 인지하고 이를 적극 참고해 수비 위치를 잡는다.
■3갈래 데이터
류 감독의 ‘센스 야구’의 출발도 데이터를 총망라한 ‘세이버매트릭스’ 등 각종 수치에서 출발한다. 류 감독은 이 데이터를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기본 데이터’다. 류 감독은 “가령 외야수들은 준비된 페이퍼를 갖고 필드로 나가게 할 예정이다. 다른 파트도 어떤 식으로 경기 관련된 데이터를 갖고 최대 확률에 가깝게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심리 데이터’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는 팀별로 수비 시프트의 편차가 컸다. 우승팀 NC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쓰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데 투수 중에는 시프트에 민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류 감독은 “시프트로 인해 안타를 막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투수도 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투수와 시프트 궁합을 살피겠다. 수치만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겠다”거 말했다.
3번째는 ‘건강데이터’이다. 트랙맨 등을 통해 나오는 투수들의 구위 변화를 읽고 기용법을 달리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류 감독은 “단순히 몇개 던지고 팔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수치로 읽을 수 있는 릴리스포인트와 피칭 터널 등을 살피며 판단하겠다. 그게 바로 투수들의 건강함에 대한 데이터다. 트레이닝 코치 파트의 의견을 전적으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스태프 회의 혁신
코칭스태프 회의도 달라진다. 류 감독은 “기존 스태프 외에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와 노석기 데이터 분석팀장이 상시 함께 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같은 과정의 변화를 통해 결과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옆집’ 두산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LG가 그간 결정적 승부처에서 두산에 자주 밀린 것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센스 있는 선수 수의 차이 때문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올시즌 조용히 팀의 변화를 유도할 참이다. 본인이 잠실구장에서 거의 날라다녔던 90년대처럼 올시즌 LG 선수들이 또 다른 꾀돌이로 등장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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