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부터 서계동 시대까지.. 검열로 얼룩진 국립극단의 70년사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값진 건 그만큼 드문 일이어서다. 그런데 국립극단이 최근 펴낸 70년사 ‘국립극단 70+ 아카이빙’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연극 평론가 8인으로 70년사 편찬위원회를 만들어 국립극단의 어제와 오늘을 가감 없이 기록한 결과다. 3년에 걸쳐 작업을 진행한 이들은 ‘어느 시기 무슨 공연이 있었다’식의 연대기가 아니라 중요한 변곡점을 짚어내고 그 안에서 국립극단 성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검열로 얼룩진 70년
국립극단 70년사는 국립극단 역사를 총 6개 시기로 구분한다.
①국립극장 창설로부터 전쟁을 거치며 시공관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모색기(1950 ~1961)
②시공관을 국립극장으로 전격 사용하면서 전속 극단이 창단된 이후의 정착기(1962~1972)
③장충동으로 국립극장이 이전하면서 정부 시책에 더욱 종속되었던 국책 연극기 (1973 ~1980)
④공무원들이 국립극장장을 맡다가 민간 극장장이 임명된 이후(1981~1999)
⑤국립극장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고 국립극단에 예술 감독제가 도입된 이후(2000~2009)
“재단 법인화 이후만 보더라도 ‘삼국유사 프로젝트’부터 ‘한민족 디아스포라전’까지 다섯 차례의 야심 찬 기획시리즈를 통해 총 26편 신작을 생산했는데 이 중 재공연된 경우는 지금까지 겨우 한 작품이다. 한 번 공연한 작품들을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레퍼토리화가 가능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꾸준히 갈고 다듬어야 한다.” -김미도·앞으로 써야 할 역사를 위하여-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새 예술감독
국립극단이 추구해야할 가치로 ‘누구나 평등하게 향유해야 한다’와 ‘오늘의 새로운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를 꼽은 김 예술감독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립극단은 우리 연극인들이 물리적으로 그리고 또 심리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예술을 한다는 행위는 어쩌면 그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극대화시켜서 그것을 보편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에게 누구나 자유롭게 예술 행위를 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강화하고,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술가의 성장 토양을 마련하겠습니다.”
스스로가 블랙리스트 피해자이면서도 이날 “다시 한 번 국립극단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으신 예술가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조아린 그는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변화해 갈 때 우리가 당면해왔던 많은 사건들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하고 개선시켜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이 저지른 일은 인간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박지윤 최동석 향한 이혼변호사의 일침…"정신 차리세요"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