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구왕국 이케아, 한국에서 노사갈등으로 '삐걱'

강은영 2021. 1. 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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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26일부터 무기한 농성 들어가 
노조 "임금 등 해외사업장과 비교해 한국만 차별"
사측 "국내 동종업계와 비교해 충분히 높은 수준"
이케아코리아 노조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이케아 본점 앞에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케아코리아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케아 노조는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에 이어 26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근로조건 등을 두고 교섭 중인 사측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케아지회는 이날 오전 경기 광명시 이케아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 근무 6시간을 합의하고도 '적용대상 노동자들의 형평성과 도입시 문제점 발생에 대한 검토를 노사가 같이 해야 한다'며 적용 시점을 최대한 늦추자고 하고 있다"며 "책임성 없는 교섭으로 시간 끌기 교섭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 최소 6시간 근무 보장 △주말수당 등 해외사업장과 동등한 임금 체계 △보편적 휴게시간 보장 △무상급식 제공 △병가제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케아 고양점·기흥점 등으로 농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케아 사측도 이날 "협의안에 대해 사측이 적용시점을 늦추기 위한 시도를 하거나 구체적인 약속을 거부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명백하게 다르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측은 오는 28일 노조와 교섭이 예정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임금, 최저시급보다 높다지만...보너스 등 수당 붙지 않아

이케아코리아가 공개한 '핵심 논의 안건의 주요 노사 입장' 내용

이케아 노조는 국내 다른 대형마트와 비교해 임금 등 처우가 열악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임금 문제 및 주말수당, 연속 휴게 등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외사업장과 달리 한국만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측은 경력 없이 최초로 일을 시작하는 근로자에게 9,200원의 시급에 주휴수당 포함하면 1만1,040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동종업계와 비교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이미 수차례 반복적으로 강조한 바와 같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이케아는 각 국가의 경제지표 및 최저임금, 물가, 기타 법과 규정 등을 종합해 국가별 임금을 결정한다"면서 "정형화된 임금 비율을 유지하거나 고정된 임금 책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국가별 현지 상황과 법규를 존중하며 국가별 임금을 비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9,200원의 시급은 월급으로 따져봐도 최저 시급보다 높은 편이지만, 주 40시간 노동으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와 비교하면 연봉이 낮다는 것이다. 이때는 사측이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 주말수당, 근속수당, 명절 상여금 등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로 어떠한 수당도 붙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조는 "이케아가 해외사업장에서 지급하는 주말특별수당 150%와 오후 6시 이후 지급하는 저녁수당 120%를 한국에서만 미지급하고 있다"며 "해외사업장 임금은 세계 평균 시급인 15달러를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만 최저 시급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무상급식 요구에...사측 "최상급 식단 위해 직원도 부담 나눠야"

이케아코리아가 '단돈 15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이케아 직원 식당 메뉴'라며 공개한 사진

무상급식도 이번 주요 교섭 안건 중 하나다. 노조와 사측은 식비를 반반씩 부담하고 있다. 이케아 직원들은 아침 1,500원, 점심과 저녁 2,500원의 식비를 내고 있는 것. 하지만 노조는 다른 대형마트들과 비교하며 "임금도 적은데 무상급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무상급식 대신 "500원 추가 지원"을 제시했고, 이는 지난달 크리스마스(24일) 때부터 나흘간 노조 파업의 불씨가 됐다.

사측이 26일 공개한 핵심 논의 안건의 주요 노사 입장을 보면, 사측은 급식에 대해 "현행 기준 7:3으로 근로자 부담 축소"를 내세우고 있다. 근로자가 아침 900원, 점심과 저녁은 1,500원을 부담케 한다는 방식이다.

또한 사측은 '단돈 1,5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이케아 직원 식당 메뉴'라며 각 언론사에 급식 사진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케아코리아는 대형마트 3사를 넘어 어떠한 국내 기업의 식사지원과 비교해서도 최상급의 식단 구성을 통한 양질의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 직원 식당 개념을 넘어서는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와 휴식 등 안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기치 아래, 건강을 고려한 영양 균형의 양질의 식단으로 매일 제한 없는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식대는 회사의 부담금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최소한의 비용 부담을 통해 식단관리와 지속적인 식당환경과 식단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을 오히려 위해서"라며 "이는 글로벌 이케아의 기준을 감안하더라도 각 나라마다 동일하게 적용해 오는 분담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정윤택 마트노조 이케아지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을 요구하니 사측은 유럽 이케아노조가 협상해서 5대 5 부담으로 맞췄기 때문에 바꿔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사측은 식대를 달라고 하면 유럽 탓, 주말 수당을 내놓으라 하면 동종업계인 대형마트 탓, 명절 상여금을 달라고 하면 글로벌 기준을 운운한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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