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정부 검사에 尹포위..김학의 공익신고자, 특검 원했다

하준호 2021. 1. 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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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 A씨가 야당에 신고서를 접수한 걸 들며 ‘공무상 기밀유출죄’ 고발을 검토하는 가운데, 공익신고자가 지난해 12월 첫 제보처로 야당을 찾은 건 친여(親與) 성향의 검찰 인사들이 일선 지검 주요 보직에 포진한 현실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12월 초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실에 법무부 고위 간부와 출입국본부 직원, 2019년 3월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비위 혐의를 최초 제보했다고 한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국민권익위원회 등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 외에도 국회의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A씨는 검찰·경찰 외 특별검사(특검)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같은 독립된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을 맡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A씨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찰 인사들이 주요 지검·지청을 장악한 점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A씨는 1차 공익신고서에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직접 감찰을 진행하고 병행하여 특검의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적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엄중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므로 본 사건을 대검으로 이첩하는 건 적절치 않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경찰에서 신청하는 각종 영장 신청 행위에 개입할 우려가 있어 경찰에 이첩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지난해 11월 24일)를 발표한 뒤 더불어민주당이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국조)와 특검을 주장하던 시기다. 징계 사유로 적시된 ‘판사 사찰’ 의혹을 국조나 특검 수사를 통해 해소해야 한단 취지였다. 국민의힘은 조사·수사 대상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추 장관도 포함하자고 맞섰다. A씨는 국민의힘 주장에 따라 법무부·검찰에 대한 국조나 특검이 진행되면 자신이 공익신고한 내용도 다뤄지길 희망했다고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왼쪽부터), 전주혜, 김도읍, 유상범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이 추 장관에 대한 국조·특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러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10일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삭제하고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완화(변호사 경력 10년→7년)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수처 제도의 취지도 변질하던 중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시간 지체에 따른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 A씨와 상의한 끝에 대검에 신고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신고서를 받은 대검은 이 사건을 관할 지청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지난해 12월 8일 배당했다. 그러나 한 달째 수사에 진척이 없자 A씨는 지난 4일 권익위에 같은 내용의 공익신고를 했다. A씨는 권익위에 신고하면서도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출국정보 불법 조회)은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아니라 경찰 수사사항이다. 그런데 경찰은 못 믿겠던 상황이고, 직권남용은 검찰 수사 대상이지만 법무부 장관이 친정부 검사들로 하여금 사건을 뭉갤 우려가 있어 공수처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당시엔 공수처 출범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공익신고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사건이 재배당되고 전담 수사팀이 꾸려지자, A씨는 신고서를 수원지검에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권익위가 지난 26일 “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25일 A씨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신고자 보호를 신청한 기관이다. 같은 날 A씨가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A씨에 대한 고발을 시사해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A씨는 현재 수원지검 수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도 다시 공수처 이첩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권발 공수처 이첩론은 이 사건을 뭉개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다만, 권익위는 이날 “현 단계에서 권익위가 신고자 보호 조치나 공수처·검찰 등으로의 수사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건 관련법령 절차상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익위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권익위는 관련 법령상 피신고인이 고위공직자이며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공소제기 필요성이 있는 경우 공수처 등에 고발 및 이첩해야 한다”며 “김 전 차관 관련 신고 및 신고자 보호 조치 사건에 대해선 신고자 요건, 보호요건 구비 및 수사의뢰 여부 검토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확인될 경우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고발 등을 의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21일 차규근 본부장 사무실을 포함한 법무부 출입국본부와 감찰담당관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대검 정책기획과,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의 사무실(법무보좌관실)과 자택 등에 이어 전날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엔 당시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과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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