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보다 시진핑과 먼저 통화한 文..靑 '한중 설 앞둔 신년 인사"(종합)
靑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추진..中 먼저 요청한 것 아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를 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으로 전날 오후 9시부터 40분 간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교류 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가 사실상 예정된 상황에서 시 정상과의 통화가 먼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캐나다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 등 국가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아시아 국가 정상들과도 조만간 통화를 할 전망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한차례 신경전을 벌인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되며 고도화될 경우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겨냥해 "작은 파벌을 만들거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건 세상을 분열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대립은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질 것"라고 말했다. '작은 파벌'은 미국이 동맹과 함께 형성하려고 하는 반중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현지시간)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국내적으로 더욱 권위주의적이고 대외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안보, 번영, 가치에 도전함에 따라 우리 미국은 새로운 대중국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략적 인내로 중국 문제에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를 언급한 것은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들어오도록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이었다.
청와대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통화에서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선포하는 등 한중 관계 발전에 관한 의지를 확인했고, 한반도 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 외교·경제 분야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시 주석은 오는 2022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임을 언급하며 이는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또 "중한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서로 중점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양국 간의 합의를 성실히 실천하고, 끊임없이 협력해 이익을 추구하는 등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뤄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선 "남북-북미대화를 지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지지한다"고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추진된 일정"이라며 "이번 통화는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두고 신년 인사차 이뤄진 것이다. 시 주석과의 통화는 신년 인사이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는 취임 축하 통화로 각각 다른 것으로 통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일정에 관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생각을 했기 때문에 조만간 (일정을)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한국의 설과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 의례적으로 양국 정상은 통화를 해왔다"며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문화 교류의 해 선포 관련 실무 논의를 하다가 정상 통화 날짜가 잡힌 것으로, 한국이나 중국이 먼저 통화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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