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제주 올레길로 치유..지난해 425km 전 코스 완주자 늘었다
[경향신문]
지난해 제주올레길 26개 코스 모두를 완주한 최민정씨(26·경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시간이 생겨 올레길을 걷게 됐다”며 “이전에 보고 느끼지 못했던 자연과 풍경, 아름다운 새소리로 마음에 평화를 얻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완주자 문세움씨(30·인천)는 “세계여행을 하려고 퇴사를 했지만 코로나19가 오는 바람에 세계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덕분에 제주올레 길 완주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주올레길 완주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완주자가 크게 늘었다.
올레길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해 제주올레길 26개 코스(총 길이 425㎞)를 모두 완주한 이는 2778명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 완주자 1624명에 비해 71%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30’ 청년층 완주자는 2019년 268명에서 2020년에는 539명으로 101% 늘었다. 청년층 완주자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업, 취업이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되레 도보여행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블루에 따른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주를 찾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2030’ 청년층 완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올레를 완주하게 된 동기는 ‘도전 후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64.3%, 복수응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제주여행의 즐거움’(55.7%)과 ‘자아성찰 및 사색’(49.6%)을 위해 길을 걸었다는 응답도 많았다. ‘새로운 시작’(40.9%), ‘휴식 및 건강 회복’(38.3%) 등의 이유도 있었다. 실제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하는 송지훈씨(29)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완주하고 나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좋았던 점으로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었다’(90.4%), ‘몰랐던 제주를 구석구석 알게됐다(73.9%)’ 고 밝혔다. ‘힐링과 사색의 시간’(66.1%),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는 시간’(60.9%)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특히 청년 완주자 10명 중 9명(92.2%)은 반드시 제주올레 여행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김덕만씨(33)는 “20대부터 승무원, 호텔리어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며 지쳤는데 올레길을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 다시 한 번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민교씨(23)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든 분들이 올레길을 걸어보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홍근씨(33)는 “제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길을 걷고 나니 제주도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고 밝혔다. 박지윤씨(38)는 “올레길 덕분에 제주를 사랑하게 되고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희경 사단법인 제주올레 리서치 전문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들이 해외여행 대신 제주 도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완주자 대부분은 완주 이후 ‘정신적인 힐링과 치유’를 얻고, ‘감사한 마음, 자기애와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밝히는 등 도보여행이야말로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고 제주와 친해지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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