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제가 존재조차 몰랐던 친아빠.. 오늘밤 제 꿈에라도 와주세요

기자 입력 2021. 1. 27. 11:30 수정 2021. 1. 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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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런 내 마음이 아빠가 계시는 먼 곳까지 잘 전해지면 좋겠어요.

너무 어렸을 때 이별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빠의 얼굴이 꿈 덕분에 가끔 떠오르니까요.

그제야 아빠를 찾게 됐는데 이미 먼 곳으로 혼자 여행을 가셔서 제 곁에 안 계시네요.

아빠, 나 너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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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감賞 박예림

To. 사랑하고 보고 싶은 아빠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런 내 마음이 아빠가 계시는 먼 곳까지 잘 전해지면 좋겠어요. 저번 주에도 혼자 할머니 집을 다녀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고모들이 자주 못 오셔서 할머니 혼자 외로우실 것 같아 갔다 왔는데 그날도 혼자 펑펑 울었네요. 할머니 집에 아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요. 할머니는 저를 보며 네가 있어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고모들이 치우라고 한 아빠의 사진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십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할머니는 아직 아빠를 못 잊었나 봐요.

아빠 꿈을 꿀 때면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이건 악몽일까? 아니면 행복한 꿈일까?’ 아빠가 내 꿈에 나와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그리움인가요? 아니면 아픈 아빠를 두고 떠난 나에 대한 원망인가요? 전 둘 중에 어떤 거라도 상관없어요. 너무 어렸을 때 이별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빠의 얼굴이 꿈 덕분에 가끔 떠오르니까요. 내가 세 살 적에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혼자서 날 키우기 벅찼던 엄마가 3년 동안 중국 친척 집에 보냈어요. 너무 어렸을 때 부모님과 이별한 충격 때문에 여섯 살이 되자 어렸을 때의 기억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해에 다시 만난 엄마의 옆에는 새아빠가 계셨어요. 그때의 나는 너무 순진했나 봐요. 지금의 아빠가 친아빠인 줄 알고 너무 오랫동안 아빠의 존재를 잊고 살았네요. 중학생이 되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할머니 집에 갔는데 처음 뵙는 할머니께서 저를 안고 거의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그때의 저로서는 당시의 상황이 이해가 안 갔는데 몇 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모든 것을 알게 됐어요. 그제야 아빠를 찾게 됐는데 이미 먼 곳으로 혼자 여행을 가셔서 제 곁에 안 계시네요. 길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투병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딸이 보고 싶다며 애타게 찾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 사실을 알고 한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많이 방황하며 아빠의 존재를 숨긴 엄마를 미워했죠.

당시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지금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어요. 나 하나로 너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거 같아 진심으로 미안하고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많이 지치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좋지 않은 경제 상황과 아픈 몸으로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준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아빠, 나 너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했어요.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요. 더는 제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드디어 가족들과 사이가 좋아졌는데 다시 예전처럼 어색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고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밝고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어요. 이젠 과거의 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거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게 괴롭게 느껴져요. 아빠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자 평생 보고픈 사람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아빠가 사랑하는 딸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편지를 쓰니 아빠가 더 보고 싶네요. 오늘은 제 꿈에 나와 주세요. 아빠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빠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예림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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