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상식 깨버린 '칠순의 戰神'

2021. 1.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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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16년 3월 과학이라는 존재의 두려움을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이벤트가 열렸다.

하물며 일흔이라니. 67세에 타이틀을 지켜냈던 전설적인 후지사와 슈코 같은 기사도 있지만 이는 30년 전, 그것도 제한시간이 긴 일본바둑에서 나온 기록이다.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 등 일본과 중국이라는 전통의 바둑강국 사이에서 세계를 평정했던 기사들이 이렇게 시대를 이어나왔다는 것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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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16년 3월 과학이라는 존재의 두려움을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의 5번 승부였다. AI가 체스 세계챔피언들을 잇달아 꺾을 때도 바둑계는 코웃음 쳤다. ‘바둑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고 수읽기와 창의력을 지닌 인간의 영역’이라며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기사 이세돌 역시 첫판을 진 뒤에도 “(내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알파고가 사람이 둘 수 없는 수를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판을 더 내준 이세돌은 4국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다. 이세돌의 묘수에 알파고는 버그 같은 현상을 일으키며 이상한 착점을 거듭한 끝에 백기를 들었다. 결국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은 1승4패로, AI가 이겼지만 이세돌이 거둔 1승은 알파고의 유일한 패배였다.

이후 5년이 흐르는 동안 이제 AI는 바둑기사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새로운 지평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됐다. 프로기사 대부분은 AI를 통해 초반 포석, 중반 전투, 후반 끝내기나 형세 판단능력을 키우고 있다. TV 바둑해설 때도 AI를 함께 보여줘 한 수를 둘 때마다 누구의 바둑이 몇 퍼센트(%) 우세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AI의 등장만큼 놀라웠던 바둑이 지난 24일 열렸다. 유서 깊은 한·중·일 바둑대항전 ‘농심배’를 쥐락펴락했던 3국의 대표적인 기사 6명이 맞붙어 벌인 이벤트대국에서 조훈현과 이창호가 출전한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우리나이로 일흔(53년생이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52년생이라고 밝혔다)인 조훈현 9단이 동년배인 녜웨이핑, 고바야시 고이치는 물론,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창하오와 요다까지 꺾으며 4전 전승을 거둔 것이다. 조훈현의 활약이 없었다면 한국의 우승은 불가능했다.

바둑에서 나이는 커다란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제한시간 3~4시간을 주던 과거와 달리 요즈음은 TV 중계 등으로 인해 1시간에 초읽기 3회 정도가 보통이다. 나이 든 기사들은 10대나 20대 기사들처럼 빠른 수읽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세계대회를 10~20대 선수들이 휩쓸고 있으며, 30대 선수들조차 4강, 결승에 오르는 것을 보기 힘들다. 하물며 일흔이라니…. 67세에 타이틀을 지켜냈던 전설적인 후지사와 슈코 같은 기사도 있지만 이는 30년 전, 그것도 제한시간이 긴 일본바둑에서 나온 기록이다.

한국은 그동안 많은 천재형 기사를 배출했다.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 등 일본과 중국이라는 전통의 바둑강국 사이에서 세계를 평정했던 기사들이 이렇게 시대를 이어나왔다는 것도 놀랍다.

그중 ‘조훈현’이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한국에서 프로가 됐지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한국 프로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자 또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버렸다. 날렵한 그의 포석은 상대의 예상보다 몇 수는 앞섰고, 전투가 벌어지면 인정사정없었다. 그래도 50대까지 얘기일 줄 알았다. 게다가 그는 국회의원으로 지난 4년간 바둑을 떠나 있었다. 일흔의 나이에 세계적인 기사들을 잇달아 쓰러뜨리는 모습은 많은 바둑팬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상상했던 일들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는 과학의 진보는 인간들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들의 끝 모를 능력 또한 경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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