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 "韓 불평등 기원은 벼농사 체제..성장하려면 '연공제' 없애야 "

이기림 기자 2021. 1.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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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586세대의 권력 독점을 지적한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신간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로 돌아왔다.

그는 신간에서 한국사회 불평등 문제의 기원에 벼농사가 있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연공제'(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임금제도)가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벼농사 체제를 통해 우리 사회와 불평등의 문제를 분석한 이 교수, 그가 책에 담아내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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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이철승, 신간 '쌀, 재난, 국가' 통해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 분석
사회학자인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책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 2021.1.26/뉴스1 © News1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586세대의 권력 독점을 지적한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신간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로 돌아왔다.

그는 신간에서 한국사회 불평등 문제의 기원에 벼농사가 있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연공제'(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임금제도)가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쌀 문화가 어떻게 반도체, 자동차, 방탄소년단(BTS)를 만들었는지, 어떻게 현대의 불평등 구조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답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쌀, 재난, 국가'는 한국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인데, 이 익숙함 밑에 깔린 구조를 보고 싶었다"라며 "깊은 구조로부터 발생하는 불평등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유니크한 것인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책에서 쌀, 재난, 국가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불평등 구조의 진화과정을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현재까지 훑어 내려온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설명한다.

© 뉴스1

벼농사 체제에서는 협업이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필요한데, 경험 많고 나이 든 농부에게 중요 의사결정권을 줬다. 이런 벼농사 체제의 위계 구조는 현대의 연공문화와 임금제도로 정착했다.

과거에는 이런 연공제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했고,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 여성배제, 부동산 문제 등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위기로 이끄는 문제들에 대해 분석하며 이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를 위한 방법으로 '연공서열제' 혁파를 외친다.

이 교수는 "임금 유연화로 우리 사회의 파이를, 일자리 기회를 나눠갖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위계가 강력히 발달한 우리나라만 외국과 달리 연공제가 강력히 살아남았고, 그동안에는 강력한 연대의 기제가 돼 오늘날 발전을 이뤘겠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라는 질문에는…"이라며 "연공제를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더 공정한 보상체계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성장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벼농사 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로 재난 상황에 닥쳤을 때, 이를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마스크를 안 썼다고 승차거부하고, 뭐라고 이야기하면 미국에서는 총 맞는다"라며 "쌀 경작 문화권에서 서로 눈치보는 문화가 발전한 한국사회는 강력한 상호감시체제 덕분에 팬데믹 통제를 잘했다"고 말했다.

벼농사 체제를 통해 우리 사회와 불평등의 문제를 분석한 이 교수, 그가 책에 담아내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겪는 다양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역사적·생태적 접근, 바꾸기 힘든 것을 바꾸자고 하는 제안, 연공으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겠다는 마음도 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부모 세대에 드리는 나름의 헌사"를 꼽았다. 그는 "산업화 세대의 성취를 박정희로 상징되는 엘리트 이론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싶었다"라며 "협업이라는 긍정적 유산과도 연결시켜볼 때 부모세대가 이룬 성취를 어떻게 발전국가와 독재와 분리시키고, 자리매김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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