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예치금 이자를 못 받아?".. 광주 중앙공원 이상한 금융 계약

안경호 입력 2021. 1. 27. 11:09 수정 2021. 1. 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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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집행 공원구역인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광주시 제공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대상지 중 중앙공원 1지구 사업시행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주식회사(빛고을)의 최대 주주 (주)한양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시와 빛고을 측이 합의한 4차 사업계획 변경안이 나오자 생뚱맞게 분양가 인하를 시에 구두 제안해 주주들로부터 "분탕질을 치고 있다"는 비판을 산 데 이어 이번엔 토지보상을 위한 예치금 조달을 둘러싸고 업무상 배임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다. 빛고을이 예치금 3,269억원을 증권사를 통해 조달하면서 예치금에 붙은 1년치 이자 33억여원을 해당 증권사에게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한양 측이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빛고을 등에 따르면 빛고을은 지난해 1월 21일 이 사업 토지보상비 예치금 조달을 위해 A증권과 (금융)자문 및 주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A증권은 2개의 유동화회사를 설립하고 이들 회사가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예치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빛고을은 예치금 대출로 발생하는 1년치 이자와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110억원을 A증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선지급했다. 빛고을은 이렇게 확보한 예치금을 공동사업시행자인 광주시 예치금계좌로 납부한 뒤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빛고을 측이 예치금을 광주시 예치금계좌에 보관하면서 발생한 1년치 보관(예금) 이자 33억4,300여만원을 사실상 대주(貸主)인 A증권에게 귀속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예치금 조달 금융구조는 자금수요자(빛고을)와 자금공급자(유동화회사), 금융채권신탁사, 자산관리자(A증권) 간 체결된 금전채권신탁계약과 자산관리위탁계약을 통해 예치금 예금이자가 A증권에게 지급되도록 설계돼 있다. 예금주인 빛고을이 챙겨야 할 이자를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고스란히 내어준 셈이다. 이 때문에 빛고을 측은 4차 사업계획 변경안에 수익 항목으로 잡아놓고 토지보상에 사용하려던 예치금 이자를 모두 손실 처리해야 할 판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금 조달 리스크 부담을 떠안고 돈을 빌린 차주가 예치금 예금 이자를 가져가도록 하는 게 일반적은 금융구조 설계"라며 "A증권이 예치금 예금 이자를 가져가도록 돼 있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빛고을 최대 주주인 한양 측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A증권을 대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빛고을 대표이사가 한양 측이 지명한 자사 임원이었던 데다, 불합리한 계약 내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빛고을 내 다른 주주사가 지난해 10월 뒤늦게 부실 계약 사실을 확인하고 한양 측에 알렸지만 한양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빛고을 관계자는 "한양은 이 계약을 A증권과 주도하면서 당시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빛고을 측에 예치금 예금 이자를 회수하기 위한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되레 A증권과 파트너십으로 일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빛고을 측은 이에 A증권 측에 금전채권신탁계약 변경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A증권을 상대로 부당이익금반환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어 지난 21일 A증권의 대출을 B증권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을 받았다. 빛고을 측은 "A증권이 예치금 예금 이자까지 추가 자산관리수수료로 받아챙기는 건 불공정 금융거래일뿐만 아니라 금융자문기관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A증권과 계약 당시 빛고을 대표이사였던 한양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A증권과 계약은 다른 주주사들과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지 내가 주도한 건 아니다"며 "금융과 관련해선 전문가가 아니고 (계약 내용을)잘 몰라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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