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詩 모두 내겐 '악기'.. '연주'하고 싶어 라디오 작가 일도 하죠"

박동미 기자 2021. 1.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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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등단, 2019년 동주문학상을 받은 정현우(35·사진) 시인.

그는 음악 하는 시인, 시 쓰는 뮤지션으로도 불린다.

"시집 속에 슬픔을 모조리 털어냈어요. 그래서 홀가분하고, 내 시인데 다시 읽기는 좀 힘겨워요. 하하."

'시인의 악기상점'이라는 독특한 밴드명으로 음반을 낸 지 2년 만에 그는 다시 시인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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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빈 시인 제공

곡 쓰는 시인 정현우, 첫 시집

2015년 등단, 2019년 동주문학상을 받은 정현우(35·사진) 시인. 그는 음악 하는 시인, 시 쓰는 뮤지션으로도 불린다. 시는 18세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20대 초반엔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음반을 내기도 했다. 시냐 음악이냐. 앞서는 건 없다. 노래가 좋아 부르고, 시가 좋아 쓴다. 또 라디오 작가라는 생업도 있다.

정 시인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는 셈이네요”라며 웃었다.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창비)를 낸 정 시인과 26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제야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 든다”고 했다. “시집 속에 슬픔을 모조리 털어냈어요. 그래서 홀가분하고…, 내 시인데 다시 읽기는 좀 힘겨워요. 하하.”

정 시인은 20대 시절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며 포스트 조관우, 이소라로 불리기도 했지만, 무대는 ‘남의 것’이라 생각했다. 시 쓰기에 집중했고, 신춘문예 투고 10여 년 만에 드디어 당선. 그러고 나서 다시 음악을 마주했다. 바탕은 문학이다.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읽은 느낌을 담아 새롭게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고, 직접 불렀다. 중성적이고 독특한 보이스는 여전하지만, 어딘지 달라진 듯한 느낌은 세월 때문일까. “어릴 때는 또 남들이 이렇게 해봐, 저건 어때 하는 거에 생각 없이 따라갔다고 한다면, 지금은 모든 노래가 내 말, 내 목소리, 내 이야기가 됐기 때문 아닐까요.”

‘시인의 악기상점’이라는 독특한 밴드명으로 음반을 낸 지 2년 만에 그는 다시 시인으로 돌아왔다. “음악이나 시나 둘 다 제게 ‘악기’라는 것은 똑같아요.” 이 악기를 계속 연주하고 싶어서, 그리고 더 잘하고 싶어서 ‘일’을 한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은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또 받는 것에서 많은 걸 배워요. 내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내 시를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들도 일을 통해 키울 수 있었어요.”

정 시인의 첫 시집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시도 약간의 개작을 거쳐 실려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고양이를 소재로 쓴 ‘늦잠’이 그것. ‘인간에게 잠이 없다면/어떤 이별도 없겠지.//나는 잠이 들 때마다/그곳에 갈 수 있다.’

10세 어린이의 시선이, 많이 어둡고 슬프다. 그는 “내 시의 시작점, 시를 쓰게 한 원동력이 어린 시절의 가난과 결핍”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친구네 집에 있는 안데르센 전집이 몹시 부러웠던 그에게 어머니는 대신 시집을 사줬다. “어머니가 릴케와 윤동주의 시집을 주셨어요. 그런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아요.”

정 시인의 첫 시집은 열흘 만에 중쇄를 찍을 정도로 반응이 괜찮다.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오디션 시절부터의 팬들이 큰 힘이다. 조만간 시와 음악이 있는 공연도 열어보고 싶다고. “이제는 도망치지 않으려고요. 시도 음악도. 다가오는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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