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지옥에 "차라리 피주고 사자".. 연말 분양권 전매 '급증'

최상현 기자 2021. 1.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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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경기도 아파트 분양·입주권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꾸준히 아파트 청약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탈락해서다. A씨는 "몇년 전만 해도 가점 2~3점 차이로 아쉽게 떨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웬만한 아파트 청약 당첨선이 50점 중반을 훌쩍 넘는데다 특별공급 경쟁률도 너무 심하다"면서 "차라리 프리미엄(피)을 얹어주더라도 분양권을 사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월 24일 위례신도시에 건축중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조치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분양입주권 시장이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약 당첨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실수요자 사이에서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피주고 사라)’가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건수는 지난해 6월 1만5728건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9월에는 6131건까지 줄어들었다. 9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지방 광역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강화된 탓이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는 10월 7116건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12월에는 1만2986건에 달하는 분양·입주권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매제한 규제 석달 만에 거래건수가 다시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거래 건수가 60%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분양권 전매로 실수요자들이 더 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인천(312건→1415건)과 경기(1315건→2059건) 등 수도권과 대구(744건→1289건), 부산(759건→1029건), 광주(266건→712건), 울산(78건→597건) 등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가 특히 많이 증가했다. 다만 서울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단지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12월 분양권 전매 건수(95건)가 9월(107건)보다 오히려 소폭 줄었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 2019년 8월 분양된 ‘고양덕은대방노블랜드’ 전용면적 84㎡의 평균 경쟁률은 7.2대 1로 당첨가점은 최저 48점이었다. 그런데 일년여 뒤인 2020년 12월 분양된 ‘호반써밋DMC힐즈’는 같은 덕은지구에 분양가도 비슷하지만, 평균 경쟁률은 40.4대 1, 당첨가점은 최저 56점으로 훌쩍 뛰었다.

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뽑는 ‘특별공급(특공)’은 경쟁률이 세자릿수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동시분양된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특공은 654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9만1441개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39.8대 1에 달했다.

올해부터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하도록 바뀐 세법 개정안도 분양권 전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1일 양도분부터는 주택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이 분양권 1개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으면 매각 시 기본세율(6~42%)에 양도세 10%포인트(P)를 중과하게 된다. 분양권 포함 3주택자일 경우 양도세율이 20%P 중과돼 최고세율이 62%에 달한다. 분양권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많은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수요는 느는데 물량은 한정된 만큼 분양권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부천 힐스테이트 중동’ 84.94㎡ 분양권 가격은 지난해 1월 7억409만원(28층)에서 12월 10억4799만원(26층)으로 상승했다. 해당 면적 분양가는 최고 7억2000만원으로 무(無)피에서 ‘3억원 피’로 올라간 셈이다.

경기 고양시 식사동 ‘일산자이 3차’ 전용면적 84㎡ 가격도 지난해 1월 5억5721억원에서 올해 1월 14일에는 8억258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급매물도 3억원은 프리미엄을 줘야 하고, 로얄층·로얄동은 피를 6억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권 시장에서도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 실수요자가 ‘받아내기’하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신축 아파트는 주거여건이 좋고 희소성도 높은 만큼 앞으로도 분양권 프리미엄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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