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대한산악연맹 손중호 회장 당선자 "침체 산악계 부흥 원년으로 삼겠다"

글 박정원 선임기자 입력 2021. 1. 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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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트렌드 맞춰야.. 등반만 고집 말고 생활체육과 융합해야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출전을 전환 계기로.. 내년 대산련 60주년 기획도 급선무
“2021년을 침체된 한국산악계 부흥의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그동안 산악계는 엘리트 체육의 산물인 등반만 고집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침체에 빠졌고, 나아가 갈등과 대립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세상은 멀티로 다변화하면서 매우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산악계도 생활체육과 융화하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을 더욱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등반을 지향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합니다. ‘내 것만 옳다’가 아니고 남의 것도 쳐다볼 줄 아는 인식의 변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 때입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산악연맹(이하 대산련) 차기 회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강석호 전 국회의원을 20표 차이로 따돌리고 제21대 회장에 당선된 손중호(68) 회장은 취임 직전 인터뷰를 통해 산악계 부흥을 위한 각오를 단단히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월간<山>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손 당선인은 회장 선거공약과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산악계의 화합을 호소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조직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이전 대산련 회장 선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화합은 현재 산악계의 당면 과제다. 대산련은 회장 탄핵으로 인한 부재상태에서 지난 4년여 간 갈등과 대립의 홍역을 겪었고,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출마 후보자 간 상호비방이나 감정대립은 없었습니까?
“투표 전에 상대 후보를 만나 의견조율을 시도했습니다. 경선 없이 합의추대와 상대 후보를 감정적으로 헐뜯지 말고 존중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합의추대는 불발했지만 감정적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봅니다.”
대산련 정관에는 후보 등록이 한 명일 경우 경선 없이 합의추대 한다고 돼 있다. 손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혹시 상대 후보를 자극하는 감정적 대립이 생길까 우려해서 지속적으로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무산됐고 결국 경선을 치렀다.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상대 후보는 3선을 했던 정치인 출신이고, 저는 묵묵히 산만 다닌 순수 정통 산악인 출신입니다. 이러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확한 표심이야 알 수 없지만 대산련은 순수 산악인 단체로서 50여 년 동안 산만 다닌 제가 유권자에게 조금 더 어필하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참신한 탕평인사로 미래지향적 조직 구축
지금 대산련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침체된 상황이다. 비단 대산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매년 열리던 국내에서 가장 큰 국제대회인 청송국제아이스클라이밍대회도 올해 취소됐다. 그 외에도 집합금지 때문에 대회 개최는 아예 엄두도 못 낼 판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한풀 꺾이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기획 준비하고 있다. 일단 올해 가장 규모가 크고 침체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7월 열리는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의 출전이 당면 과제다. 내년에는 대산련 창립 60주년이라는 최대의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2020년 산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은 손중호 이사장이 박종호 산림청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곽영조
-침체된 국면을 어떻게 반전시킬 계획이신가요?
“임원 구성부터 참신하고 탕평적인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능력 있고 조직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임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각 분야별, 위원회별 산적한 현안들을 차근차근 해소하고 활성화해 미래지향적인 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참신한 인물은 주관적인 판단인데,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고 경험 많은 후배 중에 참신한 인물을 중용하겠습니다. 산악계가 좀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어 그동안 할 말을 못 한 후배들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분위기에 짓눌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배라서 말 못 하고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전전긍긍했던 젊은 산악인들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지금 산악계는 발전적이면서 충정어린 직언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든지 중용할 계획입니다. 한꺼번에 바꾸지 못해도 물 흐르듯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산악계의 분위기도 바뀌리라고 믿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왜 바꾸지 못하겠습니까.”
-혹시 염두에 두고 계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후배 산악인이 있습니까?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인사를 할 것입니다. 염두에 둔 인물을 없습니다. 감정적으로 가깝다고, 오랜 지인이었다고 중용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임기를 맡고 있는 동안 완전한 탕평인사를 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 시도연맹 회장단들이 1월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2월이나 늦어도 3월부터는 새 회장단들의 임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 이들과 화합해서 대산련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대산련은 회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듯 전국의 회원들이 주인입니다. 회장이나 임원진, 사무처 직원들은 회원들을 위해 군림이 아니라 지원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전국의 회원들을 다 만나지 못하겠지만 각 시도연맹에서 참신하면서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인재를 추천하면 검증을 거쳐 인정되면 언제든지 중용할 것입니다. 이건 분명히 장담합니다. 이렇게 해야 산악계가 다시 화합하고,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산악계가 지속 가능하게 사는 길이라고 판단합니다.”
대전쟈일클럽 회원들과 함께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하는 손중호 회장. 사진 손중호 회장
시도연맹 새 회장단과 소통할 것
-그래도 화합이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불협화음이 생기면 그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갈등 당사자 양쪽의 얘기를 전부 경청하겠습니다. 갈등의 원인을 최대한 최소화하면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한 행정과 객관성 있는 인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다지겠습니다. 화합은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신뢰 하에서 소통도 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회원들이 대산련을 신뢰하고 소통하고 사무처는 지원하고 봉사하면 화합과 더불어 발전도 따라 오리라 봅니다.”
-올해 7월 열리는 올림픽에서 산악계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장담은 못 합니다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첫 정식종목이 되었고,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입니다.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산악계를 알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산악계의 긍정적인 부분, 장점 등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옛날에는 등반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올림픽 메달이 걸린 스포츠클라이밍이 대세일 수 있습니다. 산악인들이 전국 대부분의 스포츠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지 않습니까. 이들을 위해서라도 활성화돼야 하고, 활성화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체육과 융화돼야 합니다. 그래야 산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누릴 수 있습니다.”
산악계는 2000년대 초 국내 등산붐과 더불어 성인 인구의 절반이 넘는 등산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았으나 지금은 등산객이 점차 줄고 오히려 걷는 인구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통 산악인들은 스포츠클라이밍은 등반과는 다른 장르라고 여전히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대산련은 점차 융합을 시도하면서 문호를 넓히고 있다.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남녀국가대표 선수들이 금, 은, 동을 휩쓰는 쾌거를 이뤘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저를 비롯한 새 집행부와 사무처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진천선수촌에 스포츠클라이밍 훈련장 설치를 마무리했고, 올해 초에는 보강공사를 할 계획입니다. 국가대표 지도자도 기존 3명에서 여성 트레이너와 전략분석 전담팀 1명씩 총 5명으로 증원했습니다. 메달이 유력한 전략종목 선정에 힘을 기울여 해외전지훈련, 심리상담, 해외 우수지도자 초청 등 다양한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입니다. 꿈나무와 청소년 선수 육성과 지원사업도 이미 세워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히말라야 14좌 등정 산악인을 세계 최대로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정회원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 왔다. 정회원 중에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중국과 더불어 전 세계 5개국뿐인 골드멤버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취소됐다. 올해도 상황에 따라 개최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또 내년엔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 국내 개최도 예정돼 있다. 얼마 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시범사업으로 최종 선정되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공암벽장(스포츠클라이밍장)업을 체육시설업법에 추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일선 지도자들의 역량강화 및 동호인 확대, 소비자 보호장치 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스포츠클라이밍 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제도와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의 클라이밍장 대부분을 산악인이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산악인의 진로에도 매우 긍정적인 제도인 셈이다.
손중호 회장이 무스탕 등반을 하면서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손중호 회장
-내년 대산련 창립 60주년(4월 예정) 행사는 어떻게 기획하고 있습니까?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새로 취임하는 각 시도연맹의 회장단들과 중지를 모아 전 산악인들의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킬 계획만큼은 분명합니다. 우리끼리의 행사가 아닌 우리끼리 행사를 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갖는 행사로 기획하고 싶습니다.”
대산련은 1962년 4월 산악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국민의 체력향상과 건전하고 명량한 사회기풍 진작을 목적으로 창립했다고 정관에 밝히고 있다. 창립 이래 1966년 사단법인 인가, 1970년 국제산악연맹UIAA 가맹, 1999년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를 거쳐 탄탄한 조직과 체계를 갖추게 됐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산악연맹과 미국·중국 2곳의 해외지부, 네팔 카트만두·아르헨티나 안데스·알래스카 매킨리·프랑스 샤모니 4곳에 해외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산악계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이러한 대표단체를 2025년까지 4년간 맡게 될 손중호 당선인은 1969년 대전 쟈일클럽을 통해 산악활동에 입문한 이래 한 번도 외도를 한 적이 없는 정통 산악인이라고 자처한다.
“제가 고교 1년 때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산악회에 가입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수소문해서 찾아간 산악회가 대전쟈일클럽이었습니다. 당시 대학생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는데, 고교 1년생이 찾아오자 그냥 농담으로 ‘배낭 메고 지정한 장소에 갔다 오면 가입시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것도 모르고 무거운 배낭을 낑낑 메고 힘겹게 지정한 장소에 갔다 오자 웃으며 있지도 않은 준회원으로 가입시켜 줬죠. 그게 시작입니다. 대학 입학 후 정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쟈일클럽 이끌며 고준바캉 세계 초등 가장 기억 남아
이후 손 당선인은 ㈜천광스틸 대표이사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대전쟈일클럽 회장도 맡고 대전광역시산악연맹 회장(1999~2001년)도 역임했다. 동시에 대산련 이사 및 부회장(1998~2016년)도 무리 없이 맡았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그의 훌륭한 인품으로 타의 추천을 받아 2018년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해 올해 2월 임기를 마친다. 2년 남짓 임기 동안 등산트레킹센터를 훌륭하게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산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임기 마치는 동시에 대산련 회장에 취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산 인생 52년째. 그동안 강산이 5번 이상 바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악활동은 대전지방의 산악회를 이끌고 히말라야 고준바빙하 주변 3개의 봉우리인 고준바캉(7,860m), 초오유(8,201m), 갸충캉(7,952m) 피크를 20여 년에 걸쳐 차례로 등정한 것이다. 특히 고준바캉은 쟈일클럽이 세계 초등한 자부심을 갖고 있을 정도다. 등정 후 이 일대를 코리안타운이라 명명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제8호 대한민국산악상 시상식에서 개척등반상을 수상했다.
손 당선인 개인적으로는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지방 출신으로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등정한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이러한 성공은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의 인품에서 비롯됐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산이 무엇입니까? 무엇이기에 50여 년간 산에 한결같이 다니면서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고 계십니까?
“성공적인 인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은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서 남을 경쟁상대로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를 산을 통해 배웠습니다. 또한 체력을 적절히 안배하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조절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보다는 우리를 인식해야 합니다.”
손중호 회장이 무스탕 트레킹을 하면서 마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손중호 회장
다시 말해, 그는 산을 통해 경쟁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단체를 인식하는 삶의 바람직한 자세를 배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산은 산이다”라는 말을 통해 “산은 항상 그대로 있는데 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산도 왔다 갔다 한다”고 덧붙였다. 일체유심조라는 얘기다.
그가 산악계에 입문한 이래 초심과 함께 항상심恒常心이 침체에 빠진 한국산악계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했다고나 할까. 앞으로 지켜볼 일이고 그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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