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기본에 충실한 시즌2를 기다리며

아이즈 ize 글 손선영(소설가) 2021. 1. 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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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손선영(소설가)



악귀를 잡는 카운터들의 첫번째 임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극본 여지나, 연출 유선동)이 지난 주말 종영했다. 최종화 시청률 11%, OCN 오리지널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라니. K-웹툰의 성공적인 드라마 이식이다.


포털 사이트를 쳐보면 '경이로운 소문'은 이렇게 소개돼 있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이라고. 맞다. '경이로운 소문'은 ‘듣보잡’ ‘하층민’의 개고생 프로젝트였다. 통쾌했고, 땀내 났으며 보는 화마다 잔치국수가 먹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드라마보다 이 상투적인 한 문장이 어울렸다. 한국형 히어로물!


최근 콘텐츠 업계 흐름은 두 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히어로물과 히어로물이 아닌 것.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초토화되기 직전 ‘밥값’을 했던 영화 또한 마블과 DC로 대변할 수 있는 히어로물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계층이동이 막혀 ‘개천에서 용 되기’가 불가능해졌다. 부의 불균형이 점점 극악으로 치달아 금수저의 대물림이 ‘정의’나 ‘진리’라 표현하는 이마저 생겨났다. 부정하지 않고는 용이 될 수 없는 현실! '경이로운 소문' 속 부정한 현실이 실제 현실과 다를 바 없어 보여 슬픔을 넘어 아팠다.


소문(조병규), 가모탁(유준상), 도하나(김세정), 추매옥(염혜란), '경이로운 소문'의 주인공 네 캐릭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거나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다.



부정을 정의처럼 휘감은 경찰집단에 대항한 가모탁을 비롯해 카운터들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저항했고, 정의를 실현했다. 소문은 내가 잘하는 ‘땅’, 즉 장점을 극대화시켜 그곳에 악귀를 가두어 융으로 소환했다. 추매옥은 자신의 생을 갉아 먹히면서도 타인을 치료했고, 도하나는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악귀에 맞서 통과의례하며 자신을 이겨냈다.


비록 히어로라는 판타지를 덧입혔다고 하나 소문, 가모탁, 도하나, 추매옥은 내 친구이거나 삼촌이며, 여자 친구이거나 남자 친구, 또는 어머니였다. 신의 딸이거나, 외계에서 왔거나, 막대한 부로 히어로를 직접 만드는 해외 슈퍼히어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 네 명이 만들어갔던 정의에 공감하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좋은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작가 교체 여파 때문인지 결말로 갈수록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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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드라마 제작 현실은 아직은 열악한 부분이 많다. 모든 걸 덮어버린 ‘좋은 게 좋은’ 식의 마무리에서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든  ‘이상한 결말’이 나온 배경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 '난반사'에서는 한 아이의 죽음을 파헤친다. 죽음의 기저에는 지극히 작고 작은 부정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살인으로 바뀌는 비극이 숨었다. 나만 편하자고 절차를 무시하는 학생, 도덕심이라고는 1도 없으면서 내 명예를 위해 사회운동을 하는 주부, 남의 쓰레기는 참지 못하면서 내 개의 똥은 아무 데나 버리는 노인 등. 그야말로 이들은 '정의'롭지 않았다.


다시 정의라는 말로 돌아와 본다. 비록 사전에서는 ‘사회나 우리를 위한 옳고 그른 도리’라는 어려운 말이 적혔지만,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 '난반사'에서 말하는 정의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기본에 충실하기’였다.


'경이로운 소문'은 그야말로 경이롭게 막을 내렸다. 많은 이들이 시즌2를 기다린다. 부디 시즌2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기본에 충실한 '정의로운 소문'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상한 결말’로 치닫지 않기를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려본다.

 

손선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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