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담아내는 케이팝 속 클래식 [일상 속 심포니 (3)]

2021. 1. 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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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빌보드 100 앨범차트 1위, 빌보드 스태프가 뽑은 베스트앨범, 빌보드 핫 100 상위권 기록의 주인공,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K-POP) 그룹 BTS다. 해외에서 케이팝 위상과 인지도는 실로 엄청남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케이팝은 음악의 한 스타일로 확연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는 클래식 레이블을 별도로 설립했다. 지난여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케이팝 ‘하루의 끝’과 ‘빨간 맛’을 선보였다.

방탄소년단 지민이 부른 ‘Li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처


사실 케이팝과 클래식음악의 협업은 오래전 파격적인 무대로 세상에 소개된 바 있다. 1990년대 원조 아이돌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선보였던 ‘서태지 심포니’이다. 이 공연을 위해 서태지와 아이들은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였던 톨가 카쉬프와 협업했다. 그는 영국 록 그룹 퀸의 교향악 콘서트인 퀸 심포니 콘서트의 작곡과 지휘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들의 록 음악은 여러 대의 관현악기가 만들어낸 웅장하고 풍성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케이팝 팬들은 원곡의 음악적 표현기법을 변경해 만든 제2 저작물로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케이팝 속에 숨은 클래식

우리는 더 익숙한 방식으로 케이팝을 통해 클래식음악을 접해오기도 했다. 상당수의 케이팝이 원래의 멜로디에 클래식음악을 녹여 담아낸 ‘샘플링’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SM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첫선을 보였던 ‘하루의 끝’은 클로드 드뷔시의 작품 ‘달빛(Claire de Lune)’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한다. 하루의 끝, 지친 몸을 이끌고 연인과 함께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라고 속삭이는 순간은 은은한 ‘달빛’과 어울린다. 원곡을 불렀던 샤이니의 멤버인 고 종현의 팬들에 의하면 그가 달을 좋아한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곡의 잔잔한 멜로디는 서정적인 드뷔시의 ‘달빛’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더해 원곡이 담고 있는 가사와 가수의 개인사가 편곡자가 ‘달빛’을 선택한 이유가 아닌지 짐작해본다.

퀸 음악을 모티브로 톨가 카쉬프가 작곡한 교향곡 콘서트 ‘퀸심포니 공연’의 포스터


방탄소년단 지민의 ‘Lie’도 클래식을 샘플링한 곡이다. 지민의 ‘Lie’는 스페인 출신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La Vida Brave)〉 중 ‘스페인 무곡’ 일부를 샘플링한 곡이다. 〈허무한 인생〉은 연인 사이의 거짓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속 여주인공인 살루드는 가난한 집시다. 그는 잘생기고 부유한 가문 출신의 파코를 사랑한다. 그에게 늘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의 사랑은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파코는 그를 배신하고 부유한 가문의 여인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결혼식장을 찾은 살루드는 하객들을 향해 파코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 외치고, 그에 맞서 파코 역시 그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며 그를 식장에서 쫓아내기에 이른다. 충격을 받은 집시 여인은 파코를 향해 걸어오다 이내 숨을 거둔다. 동행한 살루드의 삼촌은 파코를 향해 ‘거짓말쟁이’, ‘배신자’ 그리고 ‘갸롯 유다’(예수님의 12사도 중 한명으로 예수님을 배신하고 제사장들에게 팔아넘긴다)라 소리치며 오페라의 막을 내린다. 그래서일까? 거짓말이란 뜻을 가진 지민의 ‘Lie’는 처음의 달콤한 미소와 속삭임이 거짓임을 외치며 거짓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노래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탑독(현 Xeno-T)의 ‘AmadeuS’는 모차르트 ‘심포니 25번 G단조’를 샘플링했다. 첫 번째 악장이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의 배경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뮤직비디오는 당대 최고의 두 작곡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Antonio Salieri·1750~1825)의 대립 구도를 연출했다. 살리에리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와 같은 음악적 거장들의 어린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음악가로서는 당대 높은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하이든처럼 저명한 예술가와 교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차르트를 향한 열등감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2인자로서의 열등감과 시기를 보이는 심리적 증상을 ‘살리에리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그룹 이름인 탑독(Top Dog·경쟁의 승자라는 영어식 표현)은 경쟁관계 구도에서 강자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한 시대의 모차르트와 같이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2008년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톨가 카쉬프의 협연으로 이뤄진 ‘서태지 심포니’ 공연 포스터 / Tolga Kashif 트위터


케이팝으로 한걸음 더 가까워진 클래식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여름비’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독일의 작곡가)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을 인용했다.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는 매우 잘 알려진 바 있다. 꼬마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던 아홉 살 클라라는 열여덟 살 슈만을 만난 이후 사랑에 빠져 연인에서 아내가 되었다. ‘시인의 사랑’은 그들의 오랜 연애가 결실을 이뤘던 해에 작곡한 곡으로 슈만의 대표적인 가곡 다수가 이 곡에 포함돼 있다. 전체 16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사랑의 설렘과 정열에서 실연의 아픔 그리고 지나간 청춘의 허망함을 담고 있다. ‘여름비’는 16곡 중 첫 번째 곡인 ‘아름다운 5월에’를 아주 짧게 샘플링했다. 설레는 사랑의 시작을 표현한 ‘아름다운 5월에’가 담고 있는 이야기처럼 여자친구의 ‘여름비’도 아름답고 설레던 사랑의 시간을 노래하고 있다.

케이팝과 클래식음악은 얼핏 보기에 물과 기름처럼 섞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록 그룹 퀸 심포니에서 보인 저력처럼 클래식음악이 대중음악을 만나 발현할 수 있는 시너지에는 폭발적인 매력이 넘친다. 2000년 초반 큰 인기를 누렸던 유명 아이돌 그룹 신화의 ‘T.O.P’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에 모티브를 두고 쓴 곡이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유명한 발레모음곡이기도 하다. 각종 CF광고와 영상물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곡이라 클래식음악이 낯선 이들에게 친숙하다. 익숙한 감성과 느낌이 곡의 매력을 더하기도 한다. 수많은 신화 팬덤이 자연스럽게 차이콥스키와 ‘백조의 호수’를 접할 기회가 됐다.

요즘 케이팝은 단순한 클래식 멜로디 샘플링을 넘어 클래식 작품이 담고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품고 있다. 이 시대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케이팝, 그리고 거기에 담긴 ‘요즘 클래식’을 아는 당신은 이미 클래식의 세계에 한걸음 다가가 있는 것이다. 당신이 즐겨듣는 케이팝 중에서도 클래식음악을 샘플링한 곡이 있다면, 곡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면 어떨까? 케이팝의 묘미와 그 안에 얽힌 클래식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즐거운 일상을 선물할 것이다.

지나 김은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예술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에서 어메이징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을 기획했다. MBA를 거쳐 전략컨설턴트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클래식음악을 소재로 한 예술 마케팅 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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