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양육미혼모를 응원합니다"
이제는 인구정책만으로 저출산의 추이와 속도를 급반전시킨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앞선다.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나타나듯이 정부의 인구정책은 출산율제고에서 출산친화적인 환경 조성,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즉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자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해결책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함께 돌봄’은 육아에 대한 부담을 같이 나누자는 의미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돌봄에 있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양육미혼모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양육미혼모들이 스스로 어려운 현실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자조모임 현장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기관에서는 수년 동안 양육미혼모를 위한 자조모임(양지 프로젝트)을 운영하고 있다. 양지프로젝트는 사업담당자가 기획하고 사업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형식이 아니라 양육미혼모들이 스스로 사업계획을 만들고 사업을 수행한다. 팀을 만들고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도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그래서 팀 안에서의 갈등도 많다. 심지어 극소수지만 팀이 해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보다 모임을 통해 느끼는 엄마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더 크게 다가온다. 마음자리, 당당한 엄마들, 행복풍선, 엄마나무와 꼬꼬마나무, 맘이 빛나는 하루, 굳세어라 엄마야 등 개별 자조모임의 이름들은 엄마와 아이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들은 한결같이 배타적인 사회의 편견,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꼭꼭 숨어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힘들게 살던 엄마들이 ‘나랑 비슷한 엄마들’과 만나서 서로서로 위안과 자신감을 얻고 활력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하고, 주변으로부터 단절된 삶이 코로나19로 더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졌을 때 화상으로라도 만나 외롭지 않았다고 고마워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임에 대한 엄마들의 애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편견으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는데 모임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엄마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양육미혼모의 말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잘 견디고 버텨온 지난 시간들” 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조롱받고 비난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의 엄마들이 타인의 시선,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삶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다양한 가족, 다양한 삶의 형태를 공감하는 보다 성숙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바로 ‘함께 일하고 돌보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임신이라는 예기치 않은 삶의 전환점에서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는 엄마들, 어떤 상황에서든지 아이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스스로 자조모임을 꾸려가면서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마을이 되고 있다.
‘우리’가 있어서 어떠한 어려움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이런 자조모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이 얼마나 기꺼운 일인지 모르겠다. 새해에 이러한 모임들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또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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