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안병준의 부산행, 그리고 메디컬 테스트

박공원 2021. 1.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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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원의 축구 현장] 안병준의 부산행, 그리고 메디컬 테스트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꽤나 재미있는 이적이 있었다. 하나원큐 K리그2 2020 MVP와 득점왕을 휩쓴 안병준이 당초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던 강원 FC가 아닌 부산 아이파크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K리그2에서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였던 안병준이었기에 거의 모든 이들이 1부리그행을 예상했고, 실제로도 강원의 오퍼가 있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안병준의 무릎 상태가 썩 좋지 못한 것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거의 성사되었던 강원행이 무산되는 대신 부산행이 결정된 것이다. 부산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병준의 무릎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철저한 관리로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꽤나 이례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기왕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메디컬 테스트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메디컬 테스트 때문에 이적이 불발되는 경우는, 흔치는 않아도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과거 K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계약서상에 한국에서 받게 될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계약이 취소된다는 조항을 삽입했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조항 없이 덜컥 계약한 후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가 머무는 현지의 메디컬 테스트는 다소 신뢰할 수가 없다. 선수를 믿어야겠지만, 행여 조작된 의료 소견서를 통해 구단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조항을 계약서에 적어 둔 것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선수 권익을 중시하는 FIFA의 정책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이처럼 계약서 상에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시 계약 취소라는 조항을 삽입할 수 없다. 실제 FIFA 분쟁에서 선수가 이기는 사례가 제법 많았기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구단의 권익을 보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메디컬 테스트를 제대로 받고 난 후 계약서를 쓰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

그런가 하면 간혹 외국인 선수가 자신이 머무는 다른 나라 혹은 도시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요구하는 일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구단과 선수의 피곤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구단 처지에서는 명확하게 선수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하기에 선수가 혹 조작된 의료소견서를 제출하는 걸 방지하고 싶어한다. 반대로 선수 처지에서는 구단이 메디컬 테스트를 핑계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 기왕 메디컬 테스트를 하니까 그에 앞서 ‘입단 테스트’ 식으로 연습 경기에 내보내는 일도 있어서다. 의례적인 통과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의외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절차가 메디컬 테스트다.

그런데 메디컬 테스트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계약 불발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다소 과할 수 있겠으나, 선수 이적을 중고차 거래와 비교해보겠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구매자는 차량의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핀다. 그런데 신차가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차량 표면에 미세한 흠집이 발견되는 경우다. 그런데 그처럼 좋지 못한 여건을 감안하고 중고차를 사는 경우도 있다. 차량 이용에 문제가 없다면, 혹은 고쳐 쓸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구매자도 있는 것이다.

선수 이적과 관련한 메디컬 테스트도 마찬가지다.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당해 향후 몇 개월간 뛸 수 없어도 이후 재활을 통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거나, 선수의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더라도 보다 꼼꼼한 관리가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최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면 메디컬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이 떨어져도 영입을 진행할 수 있다. 멀리 갈 것없이 이번 안병준을 품은 부산이 그런 판단을 내렸다.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꼼꼼히 따져 진행해야 할 선수 이적 협상이지만, 이처럼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안병준의 무릎이 좋지 못하다면서 부산이 왜 영입했냐고 의아하게 생각한 이들이 있을 수 있으나, 실무적 측면에서는 사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셈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서울 이랜드 단장)
사진=부산 아이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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