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안양행".. 은혜 갚으려는 '의리파' 수비수 백동규, 사연은?

김태석 2021. 1.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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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안양행".. 은혜 갚으려는 '의리파' 수비수 백동규, 사연은?



(베스트 일레븐=벌교)

“제게 FC 안양은 정말 많은 의미를 지니는 팀이에요. 다른 팀은 생각도 안 했어요. 올해는 헛되이 보낼 생각이 없어요.”

임대 이적 형식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FC 안양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수비수 백동규의 각오다. 새 팀으로 이적하게 된 선수에게서 의례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처럼 비칠지 모르나 절대 그렇지 않다. 안양 소속으로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백동규에게 이번 이적은 커다란 의미, 그리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안양이 아닌 다른 팀이라면 생각도 안했을 겁니다. 1부리그에서도 얘기가 있었지만 안양으로 오고 싶었어요. 이우형 감독님에게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땐 정말 죄송하고 감사했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두 말없이 가겠다고 했어요.”

백동규와 이 감독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백동규는 지난 2014년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 감독은 드래프트 3순위로 백동규를 선발함은 물론 주전 수비수로 썼다. 당시 대학 무대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도 드래프트에서 픽업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었던 걸 생각하면, 프로에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던 백동규에게 이 감독의 등장은 마치 구세주의 강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백동규는 지금도 “이 감독님은 절 프로에 데뷔시켜주신 분”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한다.

그런데 이게 백동규가 안양행을 결심하게 된 모든 이유가 아니다. 사연은 또 있다. 2015년 여름이었다. 당시 미국 출신 수비수 오스틴 베리와 더불어 안양 수비의 핵심으로 기용되며 무럭무럭 성장한 백동규에게 제주가 영입 제안을 해왔다. 그런데 당시 안양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안팎으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백동규를 주전으로 쓴 이 감독은 당장이라도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때 백동규가 제주의 제안을 받았다. 꿈에도 그리던 1부리그 팀의 제안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위기에 처한 안양과 이 감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때 이 감독이 선선히 백동규의 제주행을 허락했다. 처한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이 감독의 통 큰 허락 덕에 백동규는 더 큰 팀에서 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 감독은 무너진 팀을 수습치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고 말았다. 은사가 물러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백동규의 속도 좋을 수 없었다.

“자기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에서도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땐 마치 도망치듯 제주로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기에, 이번에 감독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두 말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물론 저도 두 아이의 아빠라 금전적 대우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니까요.”

이러한 결심은 백동규의 에이전트도 놀라게 했다. “제주에서는 안 그러더니 왜 그러냐”라고 무조건 안양에 가겠다는 백동규에게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백동규는 “하기사 그때는 한푼이라도 더 받게 해달라고 졸랐으니 이해가 된다”라고 웃었다. 그만큼 백동규는 안양 유니폼을 입고 이 감독과 다시 만나길 간절히 바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왔으면 죽었죠. (웃음)”

이 이야기를 이 감독에게 전했더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이 감독은 “그 시절에는 상무나 경찰청 등 극히 몇몇 팀만 아니고서는 냉정히 승격을 넘볼 수 없었다.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도 잘 육성해서 1부리그로 보내려고 했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도 희망을 가질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동규 뿐만 아니라 이으뜸·고경민 등 중추적 구실을 한 선수들을 시즌 중에 보내줬다. 물론 나는 그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은 꽉 잡았더라면 성적을 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걔네들의 앞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이 감독은 무럭무럭 성장한 백동규와 재회하게 됐다. 그리고 백동규는 신인 시절보다 더한 동기 부여를 갖고 새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의욕 충만한 백동규 덕분에 안양의 뒷마당이 무척 강해 보인다.

“얼마 전에 등번호를 적어냈는데 안양에서 데뷔했을 때 받았던 30번을 선택했어요. 지금은 조금 자랐는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를 겁니다. 주변에서 왜 그러냐고 하는데, 그냥 이러는 거 아닙니다. 그냥저냥 뛸 생각이면 아예 오지 않았을 겁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FC 안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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