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결론에 6개월..인권위, 모든 역량 쏟았다
성희롱 구제 전문기관 권한 최대활용.."이런 조사 쉽지 않아"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박종홍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의혹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박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이라고 지난 25일 결론 내렸다.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의 발표였다.
경찰에서 박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공개하지 않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권위가 '성희롱'이라고 명확히 명시해 판단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광범위하고 오랜 기간 진행된 이번 인권위 직권조사의 특징은 Δ서울시 관계자들 대규모 조사 Δ성희롱 관련 구제 기관 전문성 Δ피해자 측 등 다양한 증거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29일 박 시장과 관련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강제추행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을 조사했지만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박 시장이 사망했지만 성희롱 의혹 등 관련 사실 전반에 대해 밝히기 위해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51명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 조사인원의 2배 규모다. 이들의 진술이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인권위는 "피해자에게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과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에 근거할 때 박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이 가능하다"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성희롱 사건 조사에 공신력 있는 대표 기관으로서의 전문성도 돋보였다. 보통 직장 내 성범죄 가운데 신체적 접촉이 있는 성추행의 경우 형사기관에서 담당하지만 그 밖의 성희롱의 경우에는 인권위나 노동청에서 조사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 부분 강제력을 갖고 있는 인권위라서 수사력이 없음에도 비교적 자세하고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권위의 조사 대상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보호시설 등이다. 해당 기관이 인권위의 권고안을 수용했는지 여부를 공개할 수 있고 국정감사 등에서도 활용돼 조사대상 기관에게 압박이 된다.
인권위가 참고인 조사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찰, 검찰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Δ경찰 조사 포함 피해자 면담 조사(2회) Δ피해자 의료상담기록 Δ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Δ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 Δ서울시·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 제출본 등이다.
비록 경찰로부터 '변사'와 관련해 포렌식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내용 등을 받지 못했지만 인권위는 성희롱 사건의 핵심인 '피해자 진술'의 경우 직접 면담 조사뿐만 아니라 경찰 진술까지 받았다. 피해자 측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인권위에 제출했다.
피해자와 관련한 별개의 재판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였던 피해자의 당시 '상담기록'도 인권위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 직원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도 성추행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결국 인권위의 노력과 역량으로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일정부분 입증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성희롱의 경우 은밀한 공간에서 당사자들만 알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증거가 없어) 당사자의 진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이번 인권위 조사는 (피해자 진술 말고도) 증거를 생각보다 많이 파악한 것처럼 보이고, 보통 이렇게까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텔레그램 비밀대화 등 음란 문자를 보낸 혐의에 대해서도 확인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비밀대화의 경우 휴대전화에 사진과 기록이 남아있을 확률이 많고 복구도 가능하다"며 "피의자 사망으로 추행 관련은 피의자 조사가 불가능하지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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