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모펀드 징계 은행 CEO 정조준?..책임회피 논란 반복

박기호 기자 2021. 1. 2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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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銀 전 행장 중징계 사전 통보 은행권 '긴장'
"인적 징계 몰두 후진적 감독"..책임 회피 지적도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사태 제재 대상이 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CEO에 대한 중징계가 이뤄지면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소송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달부터 본격 시작된다. 첫 번째 대상은 IBK기업은행이다. 금감원은 오는 28일 라임·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연다. 금감원은 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김도진 전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중징계는 문책 경고부터 해당한다. 제재가 확정되면 김 전 행장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펀드당 695억원, 219억원 등 총 914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 294억원 어치도 팔았다.

은행권은 김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 사전 통보를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금융사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크다. 기업은행에 대한 징계가 향후 여타 은행 징계의 가늠자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상황이 달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금감원의 모습을 보면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고 우려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제재 대상에 오른 곳은 신한·우리·하나·기업·산업·부산은행 등이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필두로 오는 3월까지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우리·산업·부산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이르면 2월 18일, 늦어도 25일에는 제재심을 열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에 대해선 1분기 내 제재심을 열 계획인데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다. 라임펀드뿐 아니라 독일헤리티지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해선 2분기 중에 제재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중 신한·우리·하나의 경우 현직 회장이나 은행장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은행권에선 이들 은행 CEO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면 자칫 리더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 은행의 CEO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인적 징계에 몰두하는 후진적인 감독 관행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금감원의 감독 부실이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을 모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끊임없이 나온다.

CEO 중징계에 대한 법적 분쟁도 매번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은 CEO들에 대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데 근거 부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은행장에게 물으려면 법령에 따라서 해야 하는데 무조건 CEO 책임이라고만 하니 소송전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DLF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금감원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번에 금감원이 진행할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은행권 제재심 역시 과거의 사례를 답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금감원이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CEO에 중징계를 내리면 소송전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 보면 제재 이후 소송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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