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1위 승부사, 재잘재잘 2위 애교왕을 만날 때 [세계女3쿠션]
[OSEN=일산, 강필주 기자] 지난 24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GP) 여자 3쿠션 개인전 2차 대회 결승전. 세계캐롬연맹(UMB) 여자 3쿠션 랭킹 1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38, 네덜란드)와 2위 스롱 피아비(31, 캄보디아)가 또 만났다.
벌써 이번 대회에서만 3번째. 1차 대회에서 두 차례 대결했던 클롬펜하우어와 피아비는 2차 결승에서도 우승컵을 사이에 두고 맞부딪혔다. 비록 이벤트 대회지만 지키려는 세계 랭킹 1위와 넘어서려는 2위의 계속되는 숙명이기도 하다.
국적도, 나이도, 외모도, 활동 무대도 서로 다른 클롬펜하우어와 피아비. 세계 최고를 위해 승부를 펼쳐야 하는 둘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각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이날 클롬펜하우어는 세트스코어 4-0으로 피아비를 압도하면서 다시 한 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테레사 클롬펜하우어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어떤 느낌인가. 비결이 있다면
▲ 넘버원의 느낌이다. 최근 두 번의 챔피언십에서도 이겼고 지지 않고 있다보니 내가 1위구나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따로 비결은 없다. 당구 선수라는 직업을 위해 계속 운동하고 잘 쉰다. 좋은 당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원동력이라고 본다.
-네덜란드에서 당구선수는 흔한 직업인가
▲당구만 전문으로 활동하는 여자 선수는 네덜란드에서 거의 내가 유일한 것 같다. 더구나 여자 당구 선수로 사는 삶은 쉽지 않다. 상금도 많지 않고 TV 등 방송에 노출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8살 때부터 당구를 쳤지만 재미였다. 그러다 2003년 본격적으로 3쿠션을 시작했고 2005년 네덜란드와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기로 노력했고 점점 스폰서가 모이면서 전문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럽을 떠나 다른 대륙, 특히 아시아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계속 정상을 지키긴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맞다. 2006년 세계챔피언십 결승에서 챔피언이던 히다 오리에(일본)에게 완패했다. 당시 사람들은 내가 2위를 했다는 것에 놀랐지만 나는 내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노력 끝에 2014년 처음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가졌다. 챔피언이 된 후에는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의 비디오를 많이 본다. 상대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당구는 내가 잘쳐야 하는 운동인데 상대의 장단점을 알아야 하나
▲상대가 치는 장면을 보면서 스트로크를 연구한다. 늘 동일한지, 경기에 따라 달라지는지 등을 본다. 어떤 포지션을 줬을 때 힘들어 하고 어떤 포지션을 잘 치는지도 중요하다. 경기 운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스트로크를 바꾸면서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에는 상대를 연구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오직 내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세계 1위가 보는 피아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당연히 높다. 피아비는 세계 2위다. 세트제, 30점 경기에서는 더욱 위험한 상대다. 아직 남자 선수들과 대결하거나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피아비가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는 데 정작 무뚝뚝하게 대한다고 하더라
▲당연히 피아비를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다. 피아비는 애교도 많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나 역시 열려 있는 사람이고 말도 잘한다. 단지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말수가 적어지는 것 뿐이다. 또 경기 직전에는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조용하게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단지 그 뿐이다.
-남자와 대결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는데 당구에서 남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설명하기 힘들다. 남자 선수에게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더 많은 경기를 치르면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당신의 남성적인 외모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그저 사적인 이야기로 취급할 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여자친구가 있는 여성일 뿐이다.
-앞으로 목표는
▲내게 당구 선수라는 직업이 최적이다. 협회와 같이 여자 선수를 양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스롱 피아비
-지방(청주)에서 대회 때문에 오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
▲맞다. 작년 7월에 '피아비 큐'라는 이름의 당구장을 오픈한 이후에는 더 그렇다. 남편과 함께 운영 중이지만 책임감이 더 커졌다. 대신 혼자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 또 감사하게도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 와주신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서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빨리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클롬펜하우어와 만나 상대전적이 좋지 않다
▲맞다. 지금까지 딱 한 번 이겼다. 2015년 뉴욕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첫 대결에서 이겼다. 그 이후로는 계속 졌다. 각자 활동하는 대륙이 달라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상대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경기를 하면서 상대를 파악하고 리듬을 맞춰 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클롬펜하우어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언니(클롬펜하우어)는 완벽한 선수다. 나는 늦게 당구를 배워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언니는 이론과 실전을 모두 겸비했다. 함께 경기를 하면 많이 배운다. 그리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도 승부는 항상 쳐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설사 패한다 하더라도 포기 없이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언제든 인정한다.
-승부욕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자꾸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마음을 내려 놓고 편하게 치라고 하는데 그게 안된다. 멘탈도 약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강자를 계속 만나야 한다. 캄보디아 속담에 '강한 사람을 만나서 싸우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언니를 이긴 것도 멋 몰랐을 때 가능했다. 이제 상대가 세계 1위라는 것을 알면서 넘어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커진 것 같다. 멘탈을 강하게 하기 위해 철학, 심리 관련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있다.
-클롬펜하우어는 개인적으로 친한가
▲나는 누구든 다 친하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성격도 존중하고 그 자체로 인정한다. 내가 애교를 좀 부리는 편인데 반해 언니는 무뚝뚝한 면이 있다. 그래도 괜찮다.
-최근에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우리은행의 후원을 받게 됐다. 캄보디아에 있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WB파이낸스를 홍보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박카스(동아에스티), 빌킹코리아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의 60~70년대라고 보면 된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가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혼자가 아니고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나 역시 혼자 많이 힘들고 외로웠다. 당구를 잘하고 못하고 관계 없이 나란 존재 만으로 힘이 됐으면 한다. 그렇게 캄보디아를 대표한다는 마음이다.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하나의 희망이 되고 위로가 돼서 꿈은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2세 계획은 없나
▲내가 셋째딸 중 장녀라 친정 아버지도 2세를 바라신다. 하지만 나는 다른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캄보디아에 있는 둘째는 결혼해서 5살, 3살 아이를 두고 있다. 막내는 아직 학생이다. 지금처럼 당구를 통해 캄보디아를 알리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당구가 많은 돈을 안겨주진 않지만 캄보디아를 좀더 알릴 수 있는 길 같다.
-한국에서 당구로 유명해졌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다문화가정위원으로도 위촉을 받았다. 한국에 오는 여성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캄보디아 여행을 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나
▲프놈펜(캄보디아 수도)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골을 가보라고 하고 싶다. 아무 시골에 가도 진정한 캄보디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지방에 가면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캄보디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서로 나누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으면 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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