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빚투, 사다리 끊긴 세대의 절박함이죠"

김종현 2021. 1.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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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돈이 제일의 가치"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영영 낙오된다는 집단 불안 심각"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요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서 이성이니 절제니 하는 말은 쓰레기통에 들어간 지 오래인것 처럼 보인다.

정석 투자에서 몰빵은 금기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선 영혼까지 탈탈 털어 끌어모은 빚으로 어딘가에 몰빵을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받는다. 영끌·빚투의 주력은 20∼30대다. 자산을 형성할 시간이 없었기에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들은 승자다. 서울 집값은 작년부터 계속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고, 주가는 전인미답의 3,000선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시장은 변덕스럽고 냉혹하다.

풍부한 유동성의 바다에서 끝없이 자산 가격이 오를 거라는 환상을 갖는 건 위험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몸부림일 수 있지만, 자칫 잘못되면 미래가 날아간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바람 부는 절벽 위에서 흔들리는 외줄을 타듯 자산시장에서 곡예를 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사다리 끊긴 세대의 절박함이죠"

요즘 2030 청년층이 왜 영끌 빚투 대열의 선봉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곽 교수는 망설임이 없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사면초가 상황이잖아요. 취직도 잘 안 되고, 결혼도 힘들고, 정상적으로 돈을 모아서는 집을 장만하기도 어렵고,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도 아니고요.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절박함을 아주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곽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예전엔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뭔지를 물으면 행복이라든가, 사랑, 가족의 화목 등을 꼽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오직 돈, 돈입니다.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에 너무 깊숙이 침식돼 있어요."

그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잖아요. 고시 공부를 절에 들어가서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됩니다. 돈이 있어야 공부도 하고 스펙도 쌓을 수 있는 거죠." 금수저가 아니면 이미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도저히 쫓아가기 어렵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이 때문에 한탕주의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심리 환경이라는 것이다.

작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2030 세대가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 없다면 신용대출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대출을 일으켰을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2030 세대가 코스피 지수를 3,200선까지 견인한 동학개미의 주력군을 형성하고 있다.

"1등 아니면 패배자라는 집단 불안 심각"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 양태는 어떻게 태동한 것일까.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불쑥 떨어진 세대는 아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 경제, 교육 환경 속에서 보고 배우고 자란 세대다.

곽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어릴 때부터 늘 남과 비교당하며 1등을 강요당하는 사회,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남한테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아주 강해요. 그래서 쏠림 현상도 심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는 서울대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1등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를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봤다. 남이 하는 1등을 나는 하지 못한다는 열등감, 남들이 다 재산을 늘리고 있는데 나만 소외된 것 아니냐는 초조함, 지금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올라타지 않으면 신분 상승의 기차는 영영 떠나버리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 이 때문에 뒤를 쫓는 친구들은 더욱 행동의 강도를 더하는 쪽으로 자신을 몰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도 너무 크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SNS를 통해 신데렐라가 된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화려한 스토리를 접하며 자라왔는데 삶의 현장에 뛰어들고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걸 확인하곤 금세 자신의 직장이나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감정도 전염됩니다. 기분 좋은 사람 옆에 가면 내 기분이 좋아지지만,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젊은이들이 서로의 불안을 확인하며 집단 불안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이런 젊은이들의 심리 상태를 살펴보고자 교양 과목으로 '흔들리는 20대'라는 강의를 몇 학기째 하고 있는데 상당히 많은 학생이 몰린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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