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한다는 김정은 시대, 북한 외교관 자꾸 탈북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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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가족과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외교관들의 망명이 잇따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였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016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고, 이후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7월 망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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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가족과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외교관들의 망명이 잇따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제재 장기화 속 해외 공관에 대한 실적 압박과 책임 추궁이 심해지자 견디지 못하고 최후의 선택지로 한국행을 택하는 외교관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2012년 이후 공개된 외교관 출신 탈북민은 총 세 명이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였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016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고, 이후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7월 망명했다. 류 대사대리는 2019년 9월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그밖에 알려지지 않은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의 탈북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제재에 가로막힌 ‘외화벌이’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남미와 중동,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대사관 규모도 대폭 줄였다. 류 전 대사대리와 조 전 대사대리도 주재국 정부가 북한 대사를 추방하면서 대리직을 맡게 됐다.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와 본국 송금 같은 업무 수행이 한층 어려워진 때 책임 직급에 오른 셈이다.
걸프 지역의 유일한 북한 대사관인 쿠웨이트 대사관은 제재의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을 관장하며 중동지역 무기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는데, 무기수출 대금 결제와 송금이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의 지시와 요구는 계속됐다. 탈북 외교관 출신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각 대사관에 핵 보유 정당성을 주재국에 설득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전했다.
北 돌아가도 암담… “가족 미래 위해”
3,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큰 부담이다. 해외 체류 기간의 모든 일을 비판하는 ‘검열총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외교관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고 전 부원장은 “40일에 걸쳐 사상적 불순함은 없었는지, 충실성과 과업수행에 미진함은 없는지, 생활상 부정부패는 없었는지를 전부 들여다본다”며 “어렵게 공관 살림을 꾸려나가면서 트집 잡힐 일은 늘고, 주변의 처벌 소식이 들려오니 불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특히 자녀의 미래 문제도 탈북을 결심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 류 전 대사대리는 자녀의 학업 등을 고려해 체제 이탈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고, 태영호 의원 역시 탈북 동기 중 하나로 ‘자녀의 장래’를 꼽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외교관 자녀들이 북한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북한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 부모의 입장에서도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 할 정도로 북한 경제가 나쁘고 체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정치적 목적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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