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무찌르자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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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변수는 없었다.
겉으론 "공매도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지만 제시하는 이수 과목을 보면 '제도 반대'로 읽힌다.
새 이수 과목인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도 그럴 듯 해보이지만 현실성이 없다.
공매도 제도는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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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고약한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생각지도 않은 덫이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변수는 없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했고 각종 제도 개선 과정도 괜찮았다.
공매도가 중요한 이슈이긴 했지만 금융당국 전체가 ‘올인’할 정도 사안은 아니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과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방역·재난지원·자영업자 대책 등에 비하면 공매도는 아주 작은 이슈에 불과했다. 법 개정까지 마친 여당 입장에선 정부가 알아서 하면 되는 과제 정도였다.
새해들어 갑작스레 흐름이 변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불을 당겼다. 여당에서 나온 ‘공매도 금지 연장’ 요구에, 시장은 반응했다. 듣고 싶은 것만 듣던 시기였기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해명성 문자를 보냈다.
여당은 이를두고 정부의 ‘반발’ ‘저항’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순수한 ‘구두 개입’ 수준이었다.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모피아’를 무소불위로 인식하지만 실제론 무위무능에 가깝다.)
# 여당 입장에선 멋진 ‘기술’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 이슈를 만들고 금융당국을 반대편에 세우고 몰아붙인 뒤 ‘공매도 금지 조건부 연장’ 정도의 카드를 던지면 동학개미가 환호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을 옭아맨 ‘덫’이, 여당 스스로의 발목도 옥죈다. 공매도 금지 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의 접근성 확대 등 평가받을 성과를 여당 스스로 부정하는 아이러니다.
3월 16일로 예정된 시험을 위해선 A과목·B과목 이수하라고 해서 완료했는데 느닷없이 C·D·Z 과목이 없으면 시험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윽박지른다. 과목 이수방법도 찾아오란다.
결국 시기가 아닌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변질됐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제도로 논란을 만들 때 예견된 결과다.
겉으론 “공매도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지만 제시하는 이수 과목을 보면 ‘제도 반대’로 읽힌다. 새 이수 과목인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도 그럴 듯 해보이지만 현실성이 없다.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해 모든 차의 시동장치에 음주테스트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있을까. 음주 운전 처벌 강화로 사전적 예방 효과를 노리는 것처럼 불법 공매도 예방도 처벌 강화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 과거의 불법은 현재도, 미래도 이어질 것이라며 불신을 키운다. 주가 하락을 걱정하는 개미의 ‘공포’에 ‘공정’을 살짝 얹어 공매도 금지를 선동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언제나 먹힌다. ‘동학개미=선(善) VS 기관·외국인=악(惡)’의 구도만한 게 없다.
정서적 이유도 있다. 기관·외국인은 떨어질 때도 한몫 챙기는데 개미는 못 먹으니 속이 쓰린 심리를 부추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무찌르자 공매도”. 최근 증시 커뮤니티, 종목 토론방, 주식 오픈 채팅방 등에서 인기인 구호다.
독재정권 시절 배웠던 “무찌르자 공**”을 빗댄 표현인데 이젠 ‘공매도=적’인 셈이다. 그만큼 개미의 불신이 강하다는 의미지만 호도(糊塗)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버블 제거, 가격의 합리적 조정 등 공매도의 순기능조차 공포로 느낀다면 공정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왜곡과 불균형을 짚어야 한다. 폭탄을 돌릴지언정 가격의 한방향만 보겠다는 것이니까.
# 공포는 불신에서 비롯되는 게 맞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진행해온 이유다. "1년 전 시장을 전제로 불신을 증폭하는 얘기들은 자제해야 한다. 1년전과 지금은 다르다"(김병욱 민주당 의원)는 외침은 그저 외롭다.
그렇기에 이 정도도 믿지 못한다면 슈퍼여당이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낫다. 전세계 유일의 공매도 금지국이란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다.
공매도 제도는 적이 아니다. 떠보는, 간보는 양념도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을 애써 외면하지 말자.
조건부 연장 등 타협은 쉽다. 하지만 개미의 환심을 사기 위한 작은 행동이 외국인 투자자와 국제사회의 불신을 만든다. 특히 그 불신이 더 큰 공포가 돼 돌아올 것이라는 점도 모두 안다.
이제 공매도 프레임에서 빠져 나오자. 동학개미 공포의 실체는 공매도가 아닌 주가 하락이니까. 동학개미를 살리는 길은 결국 증시 저변을 넓혀주는 거다.
기관의 주식 투자 확대 방안이 개미의 공포와 불신을 줄을 수 있지 않을까. ‘무찌르자 공매도’가 아니라 ‘함께 가자 동학 기관’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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