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두루마리 휴지 롤' 작품 된 날..이미솔 '작품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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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숱하게 보고 살았으면서도 말이다.
'마분지 같은 두툼한 종이를 둥글게 말아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이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도 결국 그 과정에서 소환된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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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세상 나오기 전까지 흔적 살펴내
작업실 널브러진 사물 등..'밑작업' 추적
감정표현하는 순간인 '예술' 원초적 모습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직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숱하게 보고 살았으면서도 말이다.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마분지 같은 두툼한 종이를 둥글게 말아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이라고. 저 이름 모를 도구가 떡하니 작품의 중심이 될 날이 올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다. 추상적 붓질이 펼쳐진 저 부산한 배경에 오도카니.
작가 이미솔(29)이 재현한 이 공간은 ‘작업실’이다. 작가는 감정을, 예술을 표현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인 예술의 원초적인 모습’이다. 예술이란 이름이 세상으로 불려 나오기 직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했다는 건데. 온갖 미술도구가 흩어진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색을 테스트한 흔적, 붓을 닦아낸 휴지 등. 다시 말해 예술을 위해 한몸 기꺼이 다 내준 소소한 물건과 행위에 주목했다는 얘기다.
‘작품 40’(2020)은 바로 그 예술의 밑작업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도 결국 그 과정에서 소환된 터. 그렇다고 작가는 “딱히 애정을 기울인 포용은 아니”란 생각인가 보다. 화려한 예술세계의 냉정한 이면을 저 롤이 다 짊어지게 됐다.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송승은·오지은과 여는 3인전 ‘오늘, 순간, 감정’에서 볼 수 있다. 패널에 유채. 32×32㎝. 작가 소장.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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