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軍을 모독해 이득을 취하는 자 누구인가
며칠 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국군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불법 감청하고 미행·감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무혐의 결정했다. 검사 9명, 수사관 20명이 1년 2개월 넘게 수사한 최종 결론이다. 전직 기무사령관으로서 이 발표를 접하고 가슴이 먹먹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누구보다 먼저 유가족 사찰 수사를 받다가 건물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전 사령관은 초급 장교 시절부터 군인의 명예를 중시하고 군율(軍律)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자기를 절제하고 수양(修養)해온 참군인이었다. 그런 그가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갑을 차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 계단을 오를 때 가슴속에 무슨 생각이 오갔을까를 생각하면 펜이 더 나아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에 남기고 몸을 던지던 순간 그 가슴속에는 ‘조국(祖國)’이라는 단어가 납덩이보다 무겁게 자리했을 것이다. 조국 수호를 사명으로 알고 반생(半生)을 바친 지난날과 그 조국이 지금 자신에게 가하는 처사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감(悲感)을 느꼈을 것이다. 너무나 늦은 특별수사단의 최종 결론이 그의 불명예를 씻어 주었다 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그의 단정한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다. 남편을, 아버지를, 형제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가족들의 세월은 누가 또 위로할 수 있겠는가.
기무사가 세월호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시기는 세월호 희생자 구조의 막바지 단계로 국방부 국장이 팀장이 돼 해군 UDT 대원들이 바닷속에서 구조·탐색 활동하던 때였다. 기무부대원들이 구조 현황과 업무 진로를 상부에 보고한 활동은 정상 업무 범위에 속하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일로 많은 부대원이 아직도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으로 군사 기밀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는 기밀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세상을 들끓게 했던 ‘계엄령 문건’ 사건 역시 수사 결과, 전원이 무죄 또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손상됐다. ‘세월호 사건’과 ‘계엄령 문건’의 뒤처리 과정에서 800여 명의 부대원이 타 부대로 전출됐다.
군인의 본분(本分)은 목숨을 던져 나라를 외적(外敵)의 공격으로부터 수호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이 군인을 키우는 목적이다. 군은 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혁신(革新)의 길을 가야 한다. 이와 함께 위정자(爲政者)는 군의 잘못과 타성은 바로잡되 군을 정치에 이용하거나 망가뜨리는 일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는 전력(戰力)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군을 모욕하는 행위로 득(得)을 보는 집단은 핵폭탄·미사일·방사포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김정은의 군대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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