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54일째, 조승우 41일째.. 공연 중단 후 안타까운 기다림
공연을 못한 지 54일째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하는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자 ‘고스트’(디큐브아트센터)는 지난달 5일부터 멈춰 있다. ‘두 자리 띄어 앉기’(객석 30% 판매)를 지키며 적자를 감당할 순 없다고 신시컴퍼니는 결정했다. 중단된 기간에 판매 못 한 객석은 약 6만7000석. 다 팔리면 40억원어치다.
조승우에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샤롯데씨어터)는 5년 만의 복귀 무대였다. 지난달 18일로 예정된 개막을 못 한 채 41일이 지났다.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을 직관으로 들을 기회를 5만명이 날린 셈이다. 배우 김소현이 주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예술의전당)도 개막 연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2.5단계가 또 연장될 경우 프리뷰 공연(3회)을 끝으로 폐막한다.
신성록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LG아트센터)가 멈춘 지 54일째다. 대형 뮤지컬들이 중단되거나 개막을 연기한 가운데 지난 22일 내한 공연 ‘캣츠’(세종문화회관)가 유일하게 막을 열었다. 예년 같으면 숨 가쁘게 돌아가야 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조명이 들어온 것은 50일 만이다.
뮤지컬 스타들은 역병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고 있을까. 데뷔 30년을 넘긴 최정원은 “공연 중단은 처음이라 당황했고 속상했다. 이렇게 길어질 줄을 몰랐다”고 했다.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는데 공연장에선 두 자리를 띄어 앉으라니, 이해할 수 없는 행정명령”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기다림의 기술’을 물었다. “체력을 관리하면서 대학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와 ‘킹스 스피치’를 봤어요. 대본을 보며 ‘고스트’를 공연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재개됐을 때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고 그 어느 때보다 관객이 그리워요.”
김소현은 뮤지컬 ‘명성황후’ 프리뷰 공연에서 텅 빈 객석을 마주해야 했다. “마스크 쓰고 열심히 박수 쳐주는 관객들이 참 감사하고 소중했다”며 “언제 개막할지 불투명해 절망한 적도 있지만 내일 공연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열심히 연습하자는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에 더 감사하게 됐다는 뜻이다. 관객에게는 “반복된 예매 취소로 죄송한 마음이다. 공연장 감염 사례는 없었으니 안심하시고, 감동적인 공연을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탄만 할 수만은 없다. 흔들리는 그들을 잡아준 기다림의 기술은 초심과 희망. 신성록은 “불안한 상황이 가라앉아 관객과 소통하며 교감할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조승우에게 ‘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 겸 돈키호테를 연기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룬 작품이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개막도 못 하고 있어 조심스럽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다만, 홍보 영상에선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힘든데 이 뮤지컬에서 조그마한 희망의 빛을 보셨으면 한다”며 좋아하는 대사 한 줄을 들려줬다. “이게 내가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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