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그림] 바이든의 선택.. 무지개는 임기 중 완성될 수 있을까
정상혁 기자 2021. 1. 27. 03:07
무지개가 시작됐으나, 그것은 자신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화가 로버트 S. 덩컨슨(1821~1872)이 그린 ‘무지개가 있는 풍경’ 속에서 무지개는 거대한 칠색(七色)의 아치를 우측에서부터 쏘아 올린다. 미국식 이상향을 상징하듯 지극히 평화로운 목가풍의 유화다. 상처 입지 않은 초목과 인간과 짐승이, 비 그친 온화한 날씨 속에서 어울리고 있다. 풍경화가로 유명한 덩컨슨은 미국서 명성을 얻은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화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새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이 그림이 내걸렸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이 선택한 이른바 ‘취임식 그림’이다. 의사당 근처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날 취임식을 위해 하루 동안 대여한 것이다. 이 선택에 관해 LA타임스는 “예술적 잠재력에 대한 새 행정부의 통찰과 이해를 보여준다”고 썼다.
그림 속 무지개는 그러나 완전한 모습이 아니라, 시작점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층적 해석을 낳는다. 그림은 1859년 완성됐다. 2년 뒤 남북전쟁이 터졌다. 이날 이 작품을 신임 대통령 내외에게 소개한 의회 합동 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무지개는 언제나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기 4년 뒤 무지개가 전한 호(弧)를 완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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