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들은 일화로 6·25 참전용사 유해 찾았다
“아부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더. 그저 감사합니더.”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의 한 농가 주택. 6·25전쟁에서 전사한 아버지 고(故) 전원식 일병의 유해를 70년 만에 되찾은 전정숙(71)씨가 집주인 송순목(73)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송씨는 전 일병의 유해가 매장된 장소를 국방부에 알린 제보자다. 감격에 목이 멘 전씨에게 송씨는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으셨겠냐”며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렇게 찾아오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전 일병은 1951년 국군 8사단 10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가평 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전쟁 발발 한 해 전 태어나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70년을 살아온 딸은, 지난 연말 국방부에서 “가평에서 찾아낸 유해의 유전자 시료가 당신 것과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방부가 전 일병 유해를 발굴한 건 송씨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6·25 때 총 맞은 국군 두 명을 집에 눕혀 간호했는데 그만 세상을 떠났다. 집 뒤에 묻었다’는 내용이었다. 전쟁통이라 의사를 구하지 못했고, 가족들이 간호했지만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정확한 매장지는 송씨 집에서 30여m 떨어진 동네 뒷산 부근으로, 국방부는 1년여 조사 끝에 전 일병 유해와 유물을 찾아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지난 20일 경북 청도군청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고 유해를 가족 품으로 전했다.
이날 전씨는 직접 농사 지은 딸기와 고향 청도의 특산물인 미나리를 송씨에게 전했다. 송씨는 “우리 집안에도 전쟁통에 돌아가신 분이 많아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유골이라도 찾는 데 도움 줄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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