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집으로 보내드릴까요"..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

이복진 2021. 1.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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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대표 "전통주는 몰라서 못 마셨던 것"
“사람들은 전통주를 ‘알면서도 안 마시는 게 아니라, 모르니까 못 마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전통주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 전통주를 큐레이션(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하고, 직접 구할 때보다 가성비 있는 가격에 배송된다면, 덜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술담화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초 전통주 구독 서비스 업체 ‘술담화’를 운영 중인 이재욱 대표는 전통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술담화는 매달 3만9000원을 내면 2∼4병의 전통주를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술은 ‘담화박스’란 이름으로, 국내 양조장 1300여 곳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주 2000종 이상이 매달 테마에 맞게 바꿔서 구독자에게 전달된다. 랜덤박스 형식으로 구독자는 술의 특징과 도수, 맛 등 일부 정보만 사전에 알 수 있다. 

“전통주는 인지도가 낮고 ‘올드한 술’(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블라인드 면접처럼 편견을 버리고 술의 특징, 도수, 맛 등 힌트만 담은 랜덤박스 형태의 구독서비스를 생각하게 됐죠. 그러면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담화박스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2019년 같은 달보다 6배 이상 늘었다. 2개월 연속 재구독률도 85%가량 된다. 더욱이 전통주를 다루기 때문에 높은 연령대가 많이 구독할 것 같지만, 20∼30세대에서 구독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개인의 취향을 더 존중하고, 소유보다는 경험하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관과 술담화의 전통주 배달 서비스가 어울린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술담화의 도전이 새로운 주류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명욱 교수는 “술담화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공의 핵심은 전통주 콘텐츠 제작에서 탁월한 기획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는 술담화의 성공 요인을 끈기, 전문성, 같은 세대 세 가지로 분석했다. 명 교수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란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확신과 신뢰를 술담화의 끈기있는 모습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며 “술담화 스스로 전통주에 대해 공부를 하는 등 전문성을 갖춘 것도 성공의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술담화 사람들은 2030이 주축으로, 구독 서비스 주 고객과 비슷한 세대”라며 “결국 자신들이 직접 발로 뛰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됐으며, 그 전문성이 2030세대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담화박스에 담기는 전통주는 이 대표를 비롯해 술담화 직원들이 직접 선별한다. 이 대표는 “일차적으로 팀원들이 모두 모여 관심이 가는 전통주를 뽑는다”라며 “그다음에 모두 시음하고 후보를 뽑아 양조장에 판매 등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양조장에서 제안을 받아들이면 실사가 이어진다. 위생적이고 합법적으로 술이 빚어지는 것을 확인하면 해당 술은 담화박스에 담긴다.

그렇다면 양조장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 단지 판매 증가만이 전부일까.
“일단 대량으로 술만 만들어서 보내주시면 포장, 배송, 소비자 응대까지 저희가 다 하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을까요. 또 인스타, 네이버 블로그 등으로 구독자들이 매월 수백건 후기를 올리니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도 있습니다. 어느 연령대, 성별에서 이 술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는지 등 마케팅리포트도 작성해 드립니다.”

술담화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전통주 관련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우리술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려주는 우리술 뉴스와 양조장과 대표님의 철학을 소개하는 네이버 블로그 글, 전통주점 소개 포스트 등도 쓰고 있다.

“저희는 다채로운 술자리를 만들고 알려드리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적입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는 ‘전통주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구독 서비스와 쇼핑몰, SNS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궁극적인 목표인 소비자에게 전통주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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