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와 美업체 이견, 쌍용차 매각 협상 결렬 위기

류정 기자 2021. 1.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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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지분 전량매각 원하는데
HAAH "최소지분 20% 유지하라"
이견 못좁혀 협상테이블 뛰쳐나가

쌍용차의 매각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쌍용차 지분을 인수하려는 미국 자동차 유통 업체 HAAH오토모티브는 최근 협상을 중단했다. 협상이 파국으로 끝나면, 쌍용차는 법정 관리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HAAH·마힌드라 입장 차 커

먼저 협상 중단을 선언한 건 HAAH 측이다. 마힌드라 측과 한국에서 협상을 진행해온 HAAH 협상팀은 23일 마힌드라와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협상을 그만하고 출국하겠다”고 통보했다. HAAH는 쌍용차 노사의 만류로 출국을 미루고 일주일 더 머물며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25일에는 마힌드라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쌍용차 경영실적

협상 중단은 마힌드라가 지닌 쌍용차 지분 매각 규모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4.7%를 모두 HAAH에 매각하고 쌍용차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를 원하는 반면, HAAH는 마힌드라가 최소 지분 20%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1400억원을 빌릴 때 지급 보증을 섰는데, HAAH 측은 마힌드라가 지분을 일부 유지하면서 이 보증도 5년간 연장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도 매각 타결 시 쌍용차에 지원하게 될 산은 자금이 외국계 은행 대출 상환에 쓰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마힌드라에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 마힌드라는 지급 보증 5년 연장에는 동의하는 조건으로, 3년 후부터는 쌍용차가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를 빨리 갚아 보증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도 거부했다.

HAAH는 “마힌드라가 말이 계속 바뀐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에 대해 인도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은 것처럼 했다가, 다시 허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HAAH와 산업은행의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던 마힌드라는 급기야 “우리도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라”며 협상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불발되면 법정관리·구조조정 불가피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225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쌍용차에 총 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마힌드라는 HAAH와 협상을 잘 마무리해야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지만, 지금은 “큰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떠나겠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되면, 쌍용차는 법정관리 개시가 불가피하다. 협상 기한은 일단 다음 달 28일까지다. 쌍용차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개시를 잠시 미루는 ‘자율 구조조정 프로그램’(ARS)을 신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법원은 대주주 주식 강제 소각, 채무 강제 조정, 회사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 채권자의 희생이 따르는 만큼, 쌍용차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개시 전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 회생 계획제도)’을 신청해 법정관리를 신속하게 졸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무자(쌍용차)가 채권의 절반 이상을 가진 채권자(산업은행)의 동의를 받아 인수 예정자(HAAH)를 정하고, 인수 예정자의 투자 계획을 반영해 회생 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다. 쌍용차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는 회사가 있는 만큼, 통상적인 법정관리보다 빠르게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생 계획안은 채권자의 4분의 3 동의가 필요해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2018년 도입된 P플랜 제도는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채권자들이 합의에 이르기가 힘들다”며 P플랜 없는 일반 법정관리 개시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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