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엔 늘 OPS가 나왔는데.. 이대호는 타점에 무게를 둔다

장민석 기자 2021. 1. 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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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레전드 타자 이대호는 스프링캠프가 다가왔지만 아직 롯데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 연합뉴스

2020시즌 사직 구장 전광판 타자 라인업엔 타율 대신 OPS(출루율+장타율)가 표시됐다.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 부임한 성민규 단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개막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올해부터는 타율이 아닌 OPS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선수의 출루율 장타율을 재미있게 봐주세요’라고 썼다.

성 단장은 팀의 미래인 2군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방식으로 ‘당근’을 줬다. 연습경기 성적을 평가해 고과에 반영했는데 타자의 경우 OPS가 주요 평가 항목이 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 NC 다이노스는 NC파크가 개장한 2019시즌부터 메인 전광판에 타자의 타율이 아닌 OPS를 띄우고 있다. IT기업인 엔씨소프트가 모기업인 NC는 엔씨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전력 분석 프로그램인 ‘D-라커’를 도입하는 등 데이터 활용에 가장 능한 팀 중 하나로 통한다.

최근 만난 류선규 SK 와이번스 단장은 “지난 시즌 NC파크에 갔을 때 우리와 NC의 OPS를 비교해 보면서 타선의 차이를 확실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타자 데이터 중에선 OPS를 가장 중시한다. 투수들의 경우에도 피OPS를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전광판에 타율 대신 OPS를 띄웠다.

이렇듯 OPS는 이제 야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데이터가 됐다. 산출 공식이 복잡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RC+(조정 득점 생산력) 등에 비해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그냥 더하는 개념이라 그리 어렵지도 않다.

야구가 기본적으로 이닝당 아웃 카운트 3개를 당하지 않은 채 공격을 이어가면서 한 베이스라도 더 가는 것이 유리한 스포츠임을 감안하면 OPS는 타자의 가치를 매길 때 합리적인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OPS가 타자를 평가하는데 주요 지표로 사용되는 이유는 타율과 타점 등의 클래식 스탯이 완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타자의 능력을 따질 때 타율과 타점을 빼놓을 순 없다. 메이저리그부터 KBO리그까지 모든 리그는 타율 1위와 타점 1위에게 타격왕과 타점왕이란 영예의 타이틀을 안겨준다.

하지만 타점의 경우엔 그 타자 앞에 얼마나 주자가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한 개인 기량을 평가하기엔 부족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7시즌의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다.

푸홀스는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1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OPS는 0.672에 불과했다. WAR은 -1.9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푸홀스는 100타점을 올린 타자에게 부진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창섭 MLB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그해 푸홀스 앞에 나간 주자는 449명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110개의 타점을 올렸지만 OPS는 0.806에 그쳐 평가가 엇갈린다. / 뉴시스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서 타점과 OPS 등 데이터의 가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롯데 레전드 이대호의 재계약이 늦어지면서 이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대호의 이번 FA 계약은 야구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가에 대한 화두도 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런 논란이 발생한 데에는 이대호의 스탯이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2020시즌 110타점을 쳤다. 리그 8위의 뛰어난 성적이다. 물론 2017시즌의 푸홀스처럼 이대호도 그만큼 찬스가 많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선 경우가 205회였다. 이는 키움 이정후와 함께 리그 최다다. 이정후는 101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OPS를 따지면 0.806으로 리그 32위로 떨어진다. WAR(이하 스탯티즈 기준)은 1.13으로 리그 65위다. 롯데에서 12위, 롯데 타자 중엔 7위다. wRC+는 105.8로 리그 37위에 랭크돼 있다.

이대호는 최근 이영미TV의 ‘이영미 셀픽쇼’에 출연해 OPS와 WAR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WAR은 솔직히 수비를 많이 하면 더 많이 올라가는 부분이고, OPS 같은 경우는 출루율이라든지 장타율은 2루타 많이 치면 올라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봉을 줄 것 같으면 그게 높은 사람들한테 다 주는게 맞죠. 정말로 제가 장타율을 생각하면 삼진을 먹더라도 홈런 스윙을 계속 해야 되는 거고. 스리볼에서 포볼 나올 수 있으면 나가야 되고. 근데 쳐서 타점을 올려야 되는 부분도 있으니까. 기록만 가지고 야구를 하는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모든 선수들이 100타점이 꿈이고 30홈런이 꿈이고. 3할이 꿈인 선수도 분명히 있단 말이에요. 저도 매년 100타점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라며 타점에 대한 언급도 했다.

OPS 등 세부 스탯을 중시하는 성민규 단장과 타점에 비중을 두는 듯한 이대호의 입장 차이를 감안하면 이번 연봉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현 시점 이대호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이제 닷새가 지나면 롯데는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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