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천수호 시인 세 번째 시집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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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한 독특한 감각과 사물을 보는 낯선 시선으로 주목받아온 천수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문학동네)를 상재했다.
천 시인은 67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에선 가까운 이들의 병과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관계나 슬픔, 의미 등을 그렸다.
'죽음'과 '병' 등이 시집의 주조(主潮)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고통이라든가 눈물이라든가 슬픔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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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시인은 67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에선 가까운 이들의 병과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관계나 슬픔, 의미 등을 그렸다. ‘죽음’과 ‘병’ 등이 시집의 주조(主潮)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고통이라든가 눈물이라든가 슬픔만이 아니다. 가령 쉰에 죽은 친구의 2주기에 그가 묻힌 곳에 찾았다가 화해와 사랑을 확인한다.
“갓 쉰이 되어 소나무 아래 묻힌 친구/ 삼 년 투병하면서 온갖 원망을 남편에게 다 쏟아붓는 것이었는데/… 친구는 그의 무덤덤함이 무덤같이 끔찍하다고/ 그리움도 외로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푸념처럼 넋두리하곤 했었는데/ 그 친구, 어느덧 2주기라/ 모처럼 그 소나무 찾아갔더니/ 아름드리 그 나무 아랫도리에/ 친구 남편의 벨트가 단단히 묶여 있다”(‘벨트 우체통’에서)
특히 죽음과 애도를 어떤 물리적인 거리나 공간 등으로 환산해 실체화하려 시도하되, 사물의 질감이나 순간적인 미학에 오히려 주목하는 듯하다. “당신이 손을 뻗어 저 산의 뒤쪽을 얘기할 때 나는/ 몸속 파도가 퍼붓던 애초의 격정과/ 나지막한 봉분의 속삭임을 뒤섞고 있었다//… 당신이 다시 온다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도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에서)
일상의 물건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상투적인 서정을 답습하지 않는 건 미덕. 어느 댄스 연습실 의자 위에 걸쳐 있는 한 장의 수건은 그의 눈을, 가슴을 벼락처럼 뒤흔든다. “의자 위에 수건 한 장이 걸쳐 있다 …// 수건이 닦고 지나간 눈이며 입이며 귀가 침묵을 학습한 것처럼 저 수건이 품고 간 알몸과 맨발이 비밀을 훈련한 것처럼 젖는 것을 전수받는 오랜 습관처럼 숭고한 침묵을 주무르며 손을 닦는다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거울아 거울아’에서)
그는 ‘시인의 말’에서도 한동안 서울과 양평을 오갔다며 “아픈 사람들이 서울에서 양평으로 건너가는 것은 칠흑의 한밤중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언니의 안녕을 기원했다. 경북 경산 출신인 시인은 명지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가 당선돼 등단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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