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이어 SK도 공채 폐지.. 신입사원 100% 수시채용
재계 3위인 SK그룹이 내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전면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SK는 한 해 8000명 정도를 대졸 신입 공채로 뽑고 있다. SK는 2019년부터 정기 공채 규모를 줄이고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식으로 채용 방법을 조금씩 바꿔왔다. SK 측은 “내년부터 정기 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기업 신입 채용 방식이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변하고 있다. 정기 공채는 매년 한 번 또는 상·하반기로 나눠 회사가 일괄적으로 신입사원을 뽑은 후 부서별로 배치하는 것이다. 수시 채용은 회사가 아닌 사업부 또는 팀별로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내고 사람을 채용한다.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뽑기 위해선 수시 채용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취업 준비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삼성 빼고 모두 수시로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은 주요 대기업에서 시작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해오던 대졸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팀별로 모집 공고를 내고, 면접 등 필요한 절차도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작년엔 LG그룹도 정기 공채를 중단했다. 이로써 4대 그룹 중에선 삼성만 상·하반기 공채를 유지하게 됐다. 10대 그룹으로 넓혀도 절반이 공채를 폐지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조선업 불경기 때 공채를 폐지한 후, 현재는 직무별로 수시 채용을 하고 있다. 한화도 2018년부터 수시로 채용 방식을 바꿨다.
기업들이 밝히는 공채 폐지의 이유는 업무가 갈수록 세분화·전문화되는 상황에서 직무에 맞는 인재를 적시에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한 번 뽑으면 정년까지 해고가 힘든 고용의 경직성, 대규모 공채 절차 진행에 따른 비용 부담 등 현실적 고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공채 직원이 입사 15년쯤 지나 부장 직급이 될 무렵이면, 이들이 내는 성과보다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엔 자의 반 타의 반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반 사원으로 정년을 채우는 사람이 많아 기업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박사는 “공채 제도는 평생 직장 개념이 강한 일본의 채용 방식이 한국 기업에 이식된 것”이라며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인재를 한 번에 충원한다는 공채 제도는 효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기 공채로 채용 규모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도 기업엔 압박이다. 한 IT(정보통신) 기업 관계자는 “공채 규모를 일반엔 밝히지 않지만, 정부에는 시험 답안지 내듯 제출한다”며 “실제 필요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 이상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용 규모 줄어드나” 불안한 취준생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들의 공채 폐지가 채용 규모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6일 한 취업 정보 공유 카페에 올라온 ‘SK 정기공채 폐지’ 글에는 ‘채용 규모가 줄 것’ ‘경력만 유리해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SK 관계자는 “수시로 전환해도 대졸 신입의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용 방식 변화 후 직원 수가 줄어든 기업이 많다.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수는 2019년 말(사업보고서 기준) 6만6468명에서 작년 3분기엔 6만6194명으로 줄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3만9442명에서 3만8883명으로 감소했다.
수시 채용으로 경력자들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Y대학 어문계열에 다니는 김모(23)씨는 “특히 인문계열 대졸자는 취업 경력을 쌓는 게 어렵기 때문에 수시 채용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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