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과 신뢰·유대 쌓을 골든타임 놓친 '코로나 세대'
모두 꺼리는 분위기, 교육마저 취소
탈수습 후 부서·출입처 배정받아도
명함 한 장 주고받기 어려운 난맥상
“취재원과 전화로만 연락하고, 본 적이 없어서 랜선친구(인터넷 선을 뜻하는 랜선과 친구가 합쳐진 말)나 마찬가지죠.” “선배들과 만나는 자리는 아예 없었으니까, 선배 얼굴을 몰라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어요.” 방송사 소속 A 기자와 신문사 소속 B 기자는 ‘코로나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언론사에 입사하자마자 코로나19와 마주했고, 수습을 갓 뗀 지금도 코로나19가 완전히 바꾸어 놓은 취재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입사하자마자 재택근무, 비대면 취재가 일상이 된 제한적인 취재환경에서 온전히 몫을 해내는 기자로 적응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두 기자는 지난해 3~6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후 부서를 배치받고 출입처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취재원과 만나 명함 한 장 주고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A 기자는 출입처에 거의 가지 못했고, 방문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받기도 했다. B 기자의 경우 재택근무가 원칙으로 정말 현장에 가야 하는 사안 외에는 전화나 온라인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으로 취재를 하고 있다.
A 기자는 “취재원들과 만나서 얘기라도 하려면 일단 통화라도 해야 하는데 일 시작한 뒤로 아는 취재원이 없는 편이라 연락처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부서에선 취재원 있냐고 하면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단적으로 마와리하며 친해진 경찰들과는 새해 덕담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지금 있는 출입처에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 기자들도 취재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취재원들은 원래 알고 있는 기자랑 더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입사한 기자들은 애초에 그런 기회가 없기 때문에 취재원과의 신뢰, 유대감을 쌓는 과정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이른바 ‘사쓰마와리’는 이들에게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수습 기자들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경찰서를 출입하고, 회사도 동선 최소화를 위해 기자 거주지 위주로 경찰서 근무를 시키는 등 절충안을 내놨지만, 현장 취재 훈련이 마와리 밖에는 없었을까 고민이 남는다. A 기자는 “이전에도 수습기자가 경찰서 가면 ‘쟤 또 왔네’ 이런 반응이었다고 들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대뜸 다가가기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며 “회사에서도 그런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마와리 돌리는 취지는 ‘취재원과 친해져 봐라’, ‘맨땅에 헤딩해보라’는 것이지 않나. 하지만 만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가 더 심해진 것 같아 고민을 토로한 동료 기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B 기자는 경찰서 출입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서나 파출소 중에는 여러 곳을 돌아다닌 기자에게 출입하는 데 양해를 구하는 곳들도 있었다”며 “대부분 들여 보내주긴 했지만, 형사과장 등 경찰 간부들은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임 자제 등 방역 수칙이 강화되며 수습기자들이 사내 교육을 예정대로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는 아쉬움은 더 크다. A 기자는 “사내 교육이 일괄 취소되면서 선배들 이름만 알고 얼굴은 몰라 외부에서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B 기자는 “팀 회식이나 선배들이 후배를 모으는 자리 모두 취소됐다”며 “다른 부서 선배들과 거의 못 만났다. 수습이 끝나고 방역 단계가 2.5단계로 오르면서 사내에서도 3~4인 모임 금지 방침이 나와 서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본인들이 코로나 이전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배들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피드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B 기자는 “부서 회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서면으로 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수습을 막 떼고 기자 생활을 한 지 1년이 채 안 되다 보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시기인데 서면으로는 되묻기 어렵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 전화 보고도 선배 한 분과 주고받는 거지 다양한 선배들의 의견을 듣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코로나 때문에 취재가 어려워진 것도 맞고, 취재 체계나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가 부족한 건지, 시대가 바뀌니 이제는 이런 취재 방식으로 적응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며 “코로나 전후 취재 가능한 총량의 변화에 대해 선배들의 피드백이 중요한데, 그럴 기회가 적었던 건 맞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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