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힘..코스닥, '닷컴 버블' 이후 21년 만에 1000 '터치'
[경향신문]
가계 자산, 주식으로 이동…2000년 4월 폭락 후 처음 기준지수 회복
정부, 기관 투자 비중 확대 계획…전문가들 “장기 보유 세제혜택 필요”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닥지수가 21년 만에 장중 1000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가 1000을 넘어선 것은 2000년 9월15일 이후 21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확대, 장기투자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6일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0.70포인트(0.07%) 오른 1000.00에 개장해 이날 오전 장중 1000선을 웃돌았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하면서 지수는 하락 전환해 전날보다 5.30포인트(0.53%) 내린 994.00에 거래를 마쳤다.
■ 벤처 열풍에 ‘닷컴 버블’
코스닥시장의 시작은 1987년 증권업협회(현재 금융투자협회)가 개설한 장외 중소·벤처기업 주식시장이다. ‘코스닥’은 1996년 미국의 나스닥시장을 모델로 이 장외시장에 경쟁매매를 도입했을 때 붙인 이름이다. 거래소시장(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고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1996년 7월1일 기준지수 1000으로 시작한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 붐을 타고 열풍을 일으키며 3년 만에 2000선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코스닥의 과열 뒤에는 ‘닷컴 버블’이 있었다. 새천년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정보기술(IT) 세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세계는 과열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 붐이 불면서 1999년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수개월 만에 수십배 오르더니, 2000년 2월에는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거래소시장을 추월했다. 그러나 정작 2000년이 현실이 된 이후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대다수 닷컴 기업이 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주가를 떠받칠 유인이 점차 사라지자 2000년 4월 코스닥시장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 말 코스닥지수는 525.80이었다.
■ 기관 투자 늘려 정체기 깨나
이후 코스닥시장 20년은 ‘정체기’로 요약된다. 정부가 신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기준지수(1000)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21년 만에 1000에 도달한 것은 ‘유동성’의 힘과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매수세 덕분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금융자산의 비중이 예·적금 중심에서 주식 중심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려 주식 투자 범위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88%에 이르는데 기관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6조원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10조원, 1470억원을 매도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코스닥시장이 신성장 산업 등 미래 먹거리 시장인 만큼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손실을 우려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며 “기관들이 원천적으로 코스닥 투자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래 먹거리라는 관점에서 코스닥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도 중요하다. 코스닥시장은 ‘성장성’에 대한 투자인 만큼, 장기투자로 가야 본연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위원은 “코스닥시장도 성숙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단타 중심의 거래가 많아, 장기투자가 결합되어야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주식 장기투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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