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 20주기..싸늘한 한·일관계 아쉬움

이효상 기자 입력 2021. 1. 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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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쿄서 추도식 열려
"고인 뜻 못 키워 볼 낯 없어"

[경향신문]

일본 유학 중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사진)의 20주기 추도행사가 26일 한·일 양국에서 개최됐다.

이씨의 유족과 일본총영사 관계자 등 2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이씨가 안장된 부산시립공원묘지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3시간 뒤에는 20년 전 사고 현장인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고려대를 휴학하고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고인은 2001년 1월26일 오후 7시쯤 신오쿠보역 선로로 추락한 취객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씨의 어머니 신윤찬씨는 기일마다 일본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되면서 참석하지 못했다. 생면부지의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든 이씨의 희생정신은 지금도 일본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5일 이씨의 20주기 추도식 소식을 전하며 “이씨가 말한 ‘한·일 양국을 잇겠다’는 꿈은 지금도 살아 있다”고 했고, 니혼게이자이는 “양국 시민교류의 주춧돌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씨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한 LSH아시아장학회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중국·베트남 등 18개국에서 온 일본 유학생 998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고인의 뜻과 달리 지난 20년간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의 자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사고 직후인 2001년에는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50.3%였지만 2019년에는 절반 수준인 26.7%까지 떨어졌다. 반면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2001년 45.5%에서 2019년 71.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규 전 주일 한국대사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이수현씨의 살신성인으로 태어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지 못해 최악의 한·일관계를 만들어 버렸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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