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논의도 못하는 건보공단
노조 "파업 계획"
[경향신문]
건강보험공단(건보) 고객센터에서 2009년부터 일해온 A씨의 사원증에는 건보가 부여한 사원번호가 적혀 있다. 건보는 사번을 관리하며 A씨의 일별 콜 실적 및 휴가, 교육 기록 등도 확인한다. 하지만 A씨는 건보 직원이 아니다. 건보와 도급계약을 맺은 민간위탁운영사 소속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1611명은 여전히 비정규직 신세다.
26일 이 같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민간위탁 적절한가-국회토론회’가 서울 영등포구 IFC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안호영·고영인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건보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7개 지역, 12개 고객센터에서 비정규직 1611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여성은 1470명, 남성이 141명이다. 이들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이들은 고객센터 상담업무가 건보에서 관장·수행하는 핵심 업무와 연계된 필수 업무인 데다, 앞서 정부가 약속한 만큼 정규직 전환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건보와 같은 민간위탁기관에 대해서도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은 기존의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실태조사 대상기관에 속해 이미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건보에서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1인당 하루 120.1콜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건보 측은 상담사 1인당 하루 평균 상담 건수는 90건으로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사항인 하루 5시간(90콜)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7일 처우개선과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 1일 파업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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