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바이든 시대에도 반전은 없다

이종섭 기자 2021. 1. 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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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이 개최한 ‘다보스 어젠다’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파리 | AFP연합뉴스
미 “전략적 인내로 접근”…중 “트럼프 잘못에서 교훈을” 경색 계속
대중국 제재 조치 목록화해 검토 중…바이든의 무기는 ‘동맹 연합’
양국, 장기적 경쟁 위한 관리 필요성 잘 알아…‘공존관계’ 구축 주목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중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양국 관계는 잠시의 화해 무드도 없이 경색되는 분위기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보스포럼 어젠다 회의에서 협력을 역설한 것이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설정하고 경제·안보 위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21세기를 규정하는 요소”라며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인내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각적 재검토를 하고, 동맹과 협의하고, 민주당·공화당과 협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는 중·미관계를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았다”면서 “미국 새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잘못된 대중 정책에서 교훈을 얻어 중·미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모전단 훈련을 실시하며 항행의 자유를 주장했고, 같은 날 중국은 핵무장이 가능한 폭격기와 전투기를 앞세워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미·중 사이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미·중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관세전쟁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지난해 1월 중국의 20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추가 수입과 미국의 추가 관세 철회 등을 내용으로 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뤘지만 중국의 미국 상품 추가 구매 목표 이행률은 60%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3169억달러로 전년보다 7% 정도 늘었다. 바이든 정부로선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화웨이·틱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도 충돌 지점이다. 미국은 기술기업 제재 이유로 지식재산권 침해와 안보 위협 등을 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일단 중국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를 목록화해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도 25일 “지난 몇 년 동안의 단편적 접근 방식보다 전체 범위를 실제로 해결하는 포괄적인 전략과 체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기업 제재의 배경에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저지하려는 속내도 깔려 있는 만큼 바이든 정부에서도 기존 제재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키 대변인도 이날 “중국과 전략적 경쟁의 핵심 분야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바이든 정부에서도 대중국 압박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 성장에 일자리 부족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가 중요한 과제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국내 경제 우선 정책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이 대표적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 때와는 달리 동맹국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간 경쟁이 국제무대로 확산되고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도 거대 양국의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통상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중 갈등이 ‘통상에서 외교’ ‘양자에서 다자’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은 사안별로 미국 중심의 연합전선 동참에 대한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목되는 지점은 미·중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공존관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다. 민신 페이 미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양국 정상이 장기적 경쟁관계를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이 외교적 접촉을 재개하고, 무력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군사경쟁 관리와 단절된 문화교류 복원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이종섭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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