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국 향해 "냉전적 사고 버려라"
"유아독존 안 돼" 다자주의 강조
트럼프 정책에 노골적 비판도
[경향신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나흘 만에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다자주의를 천명하며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협력·협상하지 않고 이전 정권의 일방주의를 고수하면 실패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 주석은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화상으로 개최한 ‘다보스 어젠다 주간’ 기조연설에서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를 잘 해결하는 길은 다자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문제를 남에게 전가하는 행위와 독선적 오만은 결국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다자주의 수호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겼다. 시 주석은 <순자> ‘군도편’의 ‘법자, 치지단야’(法者, 治之端也·법이란 것은 다스리는 단서)를 인용하면서 “국제법칙에 기초해 유아독존으로 가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약육강식 밀림이 되고 인류는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자주의의 이름을 내세워 일방주의를 해서도 안 되고, 규칙이 정해지면 누구도 예외 없이 이를 준수해야지 ‘선택적 다자주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위협할 때 사용한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직접 언급하며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거나 고의적 디커플링 행위를 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시키고 심지어 대립으로 몰아넣는다”고 밝혔다. 국제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연설에서 미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연설이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시 주석이 일방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지난 몇 년간 미국 정부가 주도했던 정책들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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