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옆 식사' 경비·청소노동자 휴게실에 응답한 지자체들

이종구 입력 2021. 1. 26. 2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쥐가 드나드는 지하 공간, 춥거나 덥고 습한 곳, 변기가 설치된 이름뿐인 휴게실에서 쉬면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경비원들을 위해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노동법에서 비켜 나 있는 경비·청소 노동자의 권익보호는 물론,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선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용 휴게공간·에어컨 설치·비품교체 등
경기도·서울자치구 휴게실 개선사업 추진
파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 내 경비근로자 휴게실. 비좁은 내부에 전자렌지 등 조리 기구 옆으로 화장실 변기가 설치돼 있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쥐가 드나드는 지하 공간, 춥거나 덥고 습한 곳, 변기가 설치된 이름뿐인 휴게실에서 쉬면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경비원들을 위해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노동법에서 비켜 나 있는 경비·청소 노동자의 권익보호는 물론,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선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서울 중구다.

서울 중구는 26일 연면적 660㎡ 규모의 환경미화원(공무관) 전용 휴게공간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120명이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독립 건축물로, 오는 10월 을지로5가에 들어설 예정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현장 근무자일수록 휴게시설이 최고여야 한다"며 "환경미화원 같은 필수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여건을 마련해 드리는 것이 곧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등 필수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작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성동구 공동주택 지원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특히, 기본업무인 경비 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 지원, 주차 관리, 입주민 요구에 따른 잡무 등 궂은일도 도맡아 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원 지원에 구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노원구는 올해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찜통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400여개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기로 했다.

경기도도 최근 ‘경비·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성과와 향후 추진방향’ 등을 발표하며, 필수노동자 근무 환경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도 산하 기관(공공부문)의 경비ㆍ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251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도는 이 중 112곳에 대해 개선 세부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점검 결과 지하공간에 휴게실을 둔 곳이 17곳이나 됐고, 일부 휴게실엔 벽면에 누수 현상이 발생, 곰팡이가 피기도 했다”며 “휴식권 보장과 휴게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들을 전략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 노동자 지하 휴게실. 오수관 등 각종 배관이 어지럽게 연결된 천장 아래로 식탁이 보인다. 이종구 기자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공공부문에 한정됐던 환경 개선사업이 올해 민간부문으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도는 우선 대학, 산업단지, 사회복지시설 20여 곳을 선정해 휴게시설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개선을 위해서는 심사를 통해 도내 아파트 120곳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 도배·장판 교체, 정수기·TV 등 비품교체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들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일부 주민들의 도를 넘는 ‘갑질’, 위험에 노출된 환경미화원들의 사망이 잇따르면 경비원이 사망하는 등 필수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의 사회 문제화에 따른 반짝 대책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현준 경기도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은 “지원 조례 등 법적 근거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개선 사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휴게실을 아예 근무지에서 분리, 독립적인 휴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