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비로 성장률 1%P 끌어올리고 수출 호조가 방어선 역할

이윤주 기자 2021. 1. 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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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경제성장률 '-1.0%' 역성장 안팎

[경향신문]

침체된 ‘내수 경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상가 건물에 매매와 임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급감했던 수출, 3분기 되살아나고 설비투자 늘며 ‘선방’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 경제에 긍정적 기여

지난해 한국 경제가 -1.0%의 성장률로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반기부터 수출이 워낙 좋아진 영향이다. 그러나 부문별로 뜯어보면 ‘수출과 내수의 엇갈린 흐름’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민간소비가 살아나 내수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해야 코로나19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연간 및 4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을 보면 지난해 성장률의 급락을 방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출과 정부 지출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중심으로 3분기보다 5.2% 늘었다. 2분기 수출이 16.1%나 급감했다가, 3분기 16.0%로 큰 폭 반등했고, 4분기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설비투자도 6.8% 증가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국 경제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충격을 덜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수출이 늘었다”며 “설비투자 역시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이뤄졌는데 이는 향후 성장잠재력이 될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고, 방역체계가 잘 작동한 점 역시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한은의 11월 전망치 -1.1%를 소폭 웃돈 것 역시 수출 영향이다. 박 국장은 “4분기 생각보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그 결과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전망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출도 일정 부분 버팀목이 됐다. 정부 소비 외에 투자 등까지 합한 정부 부문의 총 지출은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민간 소비가 위축되자 정부가 (경기방어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민간보다는 정부의 기여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거리 두기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민간소비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 민간소비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4분기는 93%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1.7% 줄어 감소세로 전환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5%나 줄었다. 민간소비 성장률 -5%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1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내수 부문은 지난해 성장률을 1.4%포인트 떨어뜨렸다. 대면서비스 업종이 크게 위축되면서 운수업의 국내총생산이 연간 15.9%, 문화 및 기타 부문도 16.5%나 급감했다. 박 국장은 “코로나 3차 유행의 경우 식당·카페·오락문화시설 등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 소비를 크게 위축시켜 1·2차 당시보다 충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회복세를 주도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백신 보급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 내수와 수출 사이의 엇갈린 흐름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가 부양책을 집행하면 대외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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