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고백·2차 가해 없는 대처..정치권 성범죄 공식 깨다

박홍두·박광연 기자 입력 2021. 1. 26. 20:59 수정 2021. 1. 2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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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해시태그 운동 확산

[경향신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왼쪽은 류호정 의원, 오른쪽은 심상정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중단 없이 의정활동 하도록” 연대·지지·후원 잇따라
장“시민단체 김종철 형사고발 유감…피해자 뜻 무시”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을 용기 있게 드러낸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향한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 표명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장 의원이 국회에서 중단 없이 의정활동을 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해시태그 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의 용기 있는 태도와 이를 받아 책임있게 대처한 정의당의 모습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는 ‘2차 가해’로 대변되는 기존의 정치권 성폭력 범죄의 공식을 깨는 것이라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남성 정치인의 성범죄가 재발했다는 측면에서 정치권 전체가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공개된 뒤 장 의원과 정의당에 대한 호평은 이틀째인 26일까지도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장 의원이 ‘일상’인 국회에서 중단 없이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해시태그 운동으로 ‘응답’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장 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소액을 십시일반 기부했다.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SNS 에 “폭력에 당당히 맞서는 장 의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그의 당당한 모습은 한국 여성들에게 커다란 위안이자 버팀목”이라고 지지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서 “보통 여성들이 그렇듯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전까지 수많은 질문들을 스스로 하셨을 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연대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마주한 정의당의 활동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5일 벌어진 사건을 일주일간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치며 조사를 벌였고, 사건 공개 이후에도 음주 여부 등 구체적 가해·피해 사실 공개는 하지 않는 식으로 2차 가해를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했던 배복주 부대표는 “구체적인 성추행 피해 사실은 ‘그 정도 갖고 뭘 그래’ 등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며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장 의원은 한 시민단체가 이번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SNS를 통해 “피해자인 제가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형사고발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이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 피해자 고통에 조금도 공감하지 않은 채 성폭력 사건을 입맛대로 소비하는 행태에 염증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의당의 대처를 ‘피해 주장’ ‘가해자의 인정·사과’ ‘정당의 조사 및 징계 착수’ 등이 2차 가해 없이 신속히 이뤄진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가해자 두둔’과 ‘2차 가해’ 등 기성 정당들의 성폭력 처리 ‘공식’을 이번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통화에서 “장 의원의 용기를 정의당은 책임 있게 대처하고 소통했다”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미투’가 쉽게 나오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정당에선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닌 만큼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반성·성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김 위원은 “안희정, 박원순 등 젠더감수성을 실천해왔다고 생각하는 남자 정치인들조차 동료를 성적 존재로 본 것”이라며 “장 의원이 환기한 정치권 윤리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박광연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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