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김승환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한동안 톨스토이를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톨스토이의 작품을 다시 만나 무척 행복했습니다. 문학동네가 출간한 <안나 카레니나> 1, 2, 3권입니다. 톨스토이의 대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박형규 교수의 탁월한 번역, 우리말을 거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이어주는 솜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평을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압도당한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문장마다 녹아 있는 톨스토이의 엄청난 문장 구성력입니다.
이 작품에는 안나의 부부생활, 아들 세료쥐아에 대한 사랑과 연민, 애인 브론스키와의 사랑과 갈등, 의심과 질투와 분노 그리고 철도역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사라졌다 나오고 사라졌다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안나는 사랑에 취하다가도 의심과 질투에 몸부림치지만, 톨스토이가 이끌고 가는 안나의 마지막은 달랐습니다. 그것이 안나에게 불행인지 아니면 편안한 휴식인지는 톨스토이조차 단정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톨스토이가 이 작품에서 근원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라는 의문은 다른 주인공 레빈의 독백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는가?’(3권 476쪽)
<안나 카레니나>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소설이라고 극찬한 토마스 만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인간의 치열한 내면을 묘사하여 극도의 예술로 승화시킨 톨스토이의 대작품 <안나 카레니나>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안겨줍니다.
김승환 | 전북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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