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학의 출금 수사 공수처 이관, 공익제보자 보호 전제돼야

2021. 1. 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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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야당은 ‘사건 뭉개기’라고 반발하지만 이 사건을 공수처에서 맡는 것은 일리가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과거 이 사건의 본류인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신병 확보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런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막은 법무부 관계자와 파견 검사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객전도나 다름없고, 법 상식에도 어긋난다. 지금처럼 출국금지 절차만 집중수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시민들이 수긍하기 어렵다.

권익위가 이 사건 이첩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권익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부패행위의 혐의 대상자가 차관급 이상 공직자이거나 검사 등일 경우 검찰·수사처·경찰 등에 고발하도록 돼 있다. 또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수처 수사진이 아직 꾸려지지 않은 등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점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첩 수용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려면 전제가 있다. 이 사건 공익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접대 사건을 뭉갠 검찰에 1차 책임이 있다고 해서 법무부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제보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심히 우려된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기록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은 형법상 공무상기밀유출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보자 처벌은 보편적 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의 이익에도 반하는 일이다. 권장해도 시원찮을 판에 제보자를 처벌한다면 이번처럼 정부 조직의 위법 행위나 재벌·대기업의 담합, 금융권 화이트칼라들의 범죄 등을 밝혀내기가 어렵다. 권익위는 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고, 법무부도 처벌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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