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신분'으로 찢긴 배움의 전당

박상현 2021. 1.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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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학교라고 하면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여기에 교육공무원을 비롯해 학교가 급식과 돌봄도 맡으면서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어울려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 안 노동자들의 신분에 변화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신분 때문에 벌어지는 학교 안 갈등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배움의 전당인 학교.

그러나 학교에는 수업에 더해 많은 일이 있습니다.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급식부터 수업에 더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맞벌이 가정에 꼭 필요한 돌봄교실까지.

추가된 임무에 담당자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늘어난 학교 구성원에게 적절한 지위가 부여되지 않아 일어나는 학교 안 갈등들을 들여다봅니다.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불린 방과 후 학교 실무사.

그러나 엄연히 교육청과 근로계약을 맺은 사실상 단기 노동자입니다.

이런 지적에 경남교육청은 방과 후 실무사 340여 명을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교육단체는 물론, 교육행정원 공무직 준비생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김현규/○○입시학원 대표이사 :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취지는 정말 좋으나, 그러나 실제적으로 청년 실업자들은 공부를 통해서 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한테는 시험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에 굉장히 허무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과 후 실무사의 신분 전환을 추진했던 공공운수노조는 또다시 전환이 미뤄졌다고 반발합니다.

애초에 20시간 근무 계약으로 채용됐다가 자원봉사자로 강제 전환되면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것이 계속된다는 겁니다.

[안혜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 “경남 교육청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아이좋아’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생도 행복해야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공무원 그 안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 교육 공무직원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교육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방과 후 실무사 말고도 학교 안 신분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온종일 돌봄 특별법.

아이들 돌봄의 주체를 학교가 아닌 자치단체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학교 돌봄교실에서 일하는 돌봄 전담사의 소속이 어디가 될 것이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발의된 법령대로 돌봄이 자치단체의 업무가 되면, 전담사의 소속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김옥순/초등학교 돌봄 전담사 : “급식도 교육이고, 인사하는 것도 교육이고, 청소하시는 분들도 저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돌봄만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돌봄은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 소속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갈등은 학교의 새로운 역할은 증가했지만, 늘어난 업무를 맡을 담당자를 비정규직으로 해결해 왔기 때문입니다.

몇 년째 제도적 정비를 미루다 보니 최근 고용안정 강화 움직임에 비정규직 문제로 떠오른 겁니다.

일부에서는 학교 업무가 법적 근거도 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업무 제자리 찾기를 요구합니다.

[김지성/전국교직원노조 경남지부 정책실장 : “초중등교육법이라든지 여기에 아무런 근거 없이 학교로 밀려 들어오는 정책에 대해서 처음부터 이것은 학교의 업무가 아니라 지자체의 업무다, 그래서 지자체 이관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고유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정책 남발로 잡무는 늘어났는데, 늘어난 잡무를 누가 맡느냐를 놓고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고 진단합니다.

[김률규/경남교사노조 위원장 : “정책이 시달될 때 업무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직종 간 힘든 담당 업무를 피하면서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렬 간 직종 간에 이기주의까지 작용하여 서로 힘든 일을 떠넘기려 하다 보니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이와 달리 수직적인 학교 문화 때문에 학교 구성원 신분으로 인한 갈등이 커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학교가 교사를 정점으로 행정직,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직종을 상하관계로 보면서 차별과 소외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정혜경/경남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 : “이 안에서 차별과 갑질, 뭐 이런 것들이 있으면 안 되는 거고, 소외된 사람이 없어야 하죠.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때 아이들의 교육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에서 정책이 수립되는 게 맞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최근 학교가 다양한 기능을 새로 맡게 된 건 사회가 공공부문에 요구한 역할을 학교가 떠안은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급식과 방과 후 학교, 돌봄교실은 이제 공공부문이 당연히 제공해야 할,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됐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공공서비스 담당자들에게 어떻게 걸맞은 자리를 찾아 줄 것인지 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박상현 기자 (sangh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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