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란 후 첫 逆성장.. 기업때리기 접어야 회복 빨라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22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0년(-1.6%),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5.1%) 두 차례 뿐이다. 지난해 1, 2분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뒤 3, 4분기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 등 주요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기존 전망치 -1.1%보다 다소 개선된 점도 위안거리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수출 성장세가 이어진 결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과 이에 따른 민생고가 큰 문제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5.0% 줄어들어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1.7% 움츠러들면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간소비가 회복돼야 확실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살려 나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위축은 장기화되고 있다. 반면 정부소비는 5.0%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정부 재정으로 방어했다는 의미다. 정부의 막대한 '씀씀이'가 역성장 폭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적지않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집값은 급등했고 국가채무는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결국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체는 기업이건만 기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법 등 홍수처럼 쏟아지는 반기업 입법에 기업인들은 해외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다. 코로나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삼성그룹 총수는 감옥에 갇혀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경제는 역성장인데 '기업 때리기'는 이처럼 강도를 더한다. 당연히 기업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민간투자와 고용은 위축되고 있다. 기업 때리기로는 경제의 정상회복이 어렵다. 기업 때리기를 접어야 회복이 빨라진다. 비상한 경제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정책 대전환이 화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