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영탁에 대한 은근한 '디스'

2021. 1. 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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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지난 1월 22일에 방영된 TV조선 '사랑의 콜센터'가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16.5%로 금요일 예능 1위에 올랐다. '미스트롯2' 때문에 방송일을 옮겼는데도 압도적인 시청률이 나온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스터트롯' 결선 진출자 7명의 쇼로 시작돼 현재는 6명(톱6)이 출연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종영 후 10개월가량의 시간이 흘러 이미 해가 바뀌었다. 여성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TV조선 트로트 오디션인 '미스트롯2'까지 시작됐다. 이 정도면 '미스터트롯' 신드롬이 많이 약화될 시점이 이미 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놀랍다.

'사랑의 콜센터'에서 톱6가 부른 노래가 화제의 곡이 되면서 역주행하는 일도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1월 22일 방영분에선 영탁이 윤수현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자 윤수현이 고맙다며 감격했고, 그 자리에 있던 대선배 문희옥은 '내 노래는 왜 안 불러주는 거냐'라고 항의했다. 톱6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광경이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튜브 뮤직 핫이슈 차트도 톱6가 점령한지 이미 오래다. 특히 임영웅이 부른 노래들이 최상단을 줄곧 점유한다. 지난 1월 18일자 순위를 보면 1위가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터'에서 부른 '외로운 사람들', 2위가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터'에서 부른 '가시리', 3위가 임영웅이 '뽕숭아학당'에서 부른 '다행이다'였다. 국제 스타가 즐비한 한국 가요계에서 성인가요 가수가 유튜브 뮤직 핫이슈 최강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이렇게 6명을 톱6라고 하는데 여기에 김호중 등 다른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까지 합쳐 보통 '트롯맨'이라고 한다. 트롯맨의 위상은 작년 말 한국 갤럽의 올해의 가수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30대 이하 국민의 선택은 방탄소년단, 40대 이상 국민의 선택은 임영웅이라고만 알려졌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전체 국민의 선택도 짐작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10대, 20대, 30대에서 1위를 하고 40대에서 3위에 올랐다. 모두 4항목의 순위에 오른 것이다. 반면에 임영웅은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1위를 하고 30대에서 2위, 20대에서 4위에 올랐다. 5항목의 순위에 오른 사람은 임영웅과 영탁뿐이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이찬원, 정동원은 4항목의 순위에 올랐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김호중은 3항목의 순위에 올랐다. 레드벨벳, 폴킴, 장민호는 2항목의 순위에 올랐다.

이렇게 보면 트롯맨의 영향력이 아이돌을 압도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한국 갤럽은 이례적으로 전체 국민이 뽑은 올해의 가수를 발표하지 않고, 30대 이하의 선택과 40대 이상의 선택을 나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전체 연령대를 통합 집계하면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트렌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트롯맨들의 위상이 압도적이어서 아이돌이 묻히기 때문에 연령대를 나눴다는 뜻이다.

올해의 가요도 30대 이하의 선택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40대 이상의 선택은 영탁의 '막걸리 한잔'으로 나눠 발표했다. 차트를 자세히 보면 30대 이하 선호 순위와 40대 이상 선호 순위에 동시에 오른 노래는 딱 2곡인데 바로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와 영탁의 '찐이야'였다. 곡으로 따져도 트롯맨들의 노래가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연말엔 대체복무중인 김호중의 가요 앨범과 클래식 앨범이 각각 50만 장씩 돌파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국민스타의 위상이다. 젊은 세대 기준으로 하면 아이돌의 인기가 뜨겁지만 다양한 연령대 국민의 선호를 보편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가요계에서 트롯맨의 아성이 굳건하다. 코로나19로 우울했던 2020년에 국민을 위로해준 목소리의 당사자가 바로 트롯맨이었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편성이 바뀌었는데도 '사랑의 콜센터'가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이런데도 많은 매체들이 트롯맨을 국민스타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작년 여름부터 '트롯맨 거품' 보도도 많았다. 방송사 연말 가요결산 무대에 상당수 트롯맨들이 서지 않은 것에 문제제기한 매체도 거의 없었다. 국민의 선호와 언론의 시각이 다른 세상처럼 분리된 기이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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